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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음악::

[옛블로그04.5.9]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 야구,
왜 삶이라고 그렇지 못하랴.

허나 1982년 프로야구의 출범은 야구만이 아니라 이 땅 모든 인생을 프로증후군으로 물들여갔으니...

"야구는 알겠는데, 프로야구는 또 뭡니까?"
혹시 베이스가 대여섯 개쯤 되거나, 쓰리아웃 대신 파이브 아웃으로 한 회를 끝내거나?

잔소리 말고 "각오 단단히" 할 일이다. "넌 이제부터 <프로>"니까. "장모님, 아는 인자 프롭니더. 이거 아무나 못하는김더"


넘들은 계속해서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프로의 슬로건을 만들어 나갔지.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프로는 끝까지 책임을 진다. 프로의 세계는 약육강식이다. 프로의 세계에선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자기 관리는 프로의 기본이다. 프로는 끝없이 자기를 개발한다. 프로는 능력으로 말한다. 프로는 잠들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프로만이 살아남는다.

저마다 프로인 세계에서 1할2푼5리의 승률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연가, 라기보다 복음에 가까운...

산문이라기보다 한편의 시같은 맛있는 문체를 자랑해도 밉살스럽지 않은,
어쩔 수 없는 공감을 어쩔 수 없는 웃음으로 터뜨리게 하는,
한 없이 가벼운 형식 속에 책 읽는 내내 거부하기 힘든,
마력적인 선동이라 할 수밖에 없는 선굵은 메시지를 담은,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이다.

한겨레에 쓰는 작자의 칼럼이 딱 내 맘에 들어 읽게 된 책.
잔말 말고 읽어보시라. 재밌다. 뭘 더 바라는가? 말 많은 넌 프로냐?

늘어지고 싶은 일욜 아침, 비도 오는데... 등산을 나오라고 떼를 쓰는 친구 땜에 이만 생략. 이건 흡사 프로의 삶이 아닌가?

2004/05/09 17:43 풀빛삶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