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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와 출판::

‘文鄕 과천’을 꿈꾸며 - [果川文學] 40호 발간 축하글


올봄을 운 좋게도 통영에서 맞이했습니다. 청마 유치환, 토지의 박경리, 꽃의 시인 김춘수, 시조시인 이영도. 문향(文鄕)이라는 말이 이보다 더 어울리는 고장이 있을까요?

미륵산에 올라 탁 트인 바다에 점점히 박힌 섬들을 둘러보니, 범인의 말로 표현하기 힘든 이 고장을 노래하자면 빼어난 문인들을 키우지 않을 수 없었겠다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어서 한국의 몽마르뜨라 불리는 벽화 마을 동피랑을 보았습니다. 사실 이곳은 비탈진 언덕에 다닥다닥 붙은 허름한 마을에 지나지 않습니다. 재개발로 사라질 뻔 했던 이곳에 마을을 지키고자 했던 시민단체들과 주민들이 하나씩 벽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동피랑은 볼 것 많은 통영에서도 가장 큰 인상을 남기는 곳이 되었습니다. 떠나고야 말았을 사람들의 사연과 인연들이 다시 이곳에 뿌리내렸음은 물론입니다.

고향이 사람을 키우는 것일까요 사람이 고향을 가꾸는 것일까요? 분명한 건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문인들을 길러낸 것만큼 문향 통영의 사람들이 고향을 가꿔왔다는 겁니다.


제 직업 탓일지 몰라도, [果川文學] 40호 발간과 과천문인협회 20주년을 맞는 글을 청탁 받아 놓고도 문학은 우리 고장을 어떻게 가꿀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문학이 가진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대체로 살아지는대로 살아가지만, 문학은 우리 삶의 시점을 전혀 다른 차원으로 이끌고 갑니다. 세상은 대체로 흘러가는대로 흘러가지만, 문학은 잊혀지거나 무시되었을 전혀 다른 시점에서 세상의 속살을 드러냅니다.

허름한 마을의 운명이 대개 그렇듯 동피랑은 재개발되어 번듯하지만 몰개성한 장소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곳에 사람들이 어울려 살고 있으며 그것이 지키고 가꿀만 하다는, 평범하지만 간과됐을 수도 있는 진실을 드러낸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풍요로운 문학의 고향이기에 이런 일이 가능했다고 느꼈다면 지나친 느낌일까요?

관악산, 청계산에 둘러쌓여 과천 사람들은 30여년간, 혹은 대대로 저마다의 인연과 사연을 만들어왔습니다. 낡고 허름해진 만큼 정도 많이 들었습니다. 도시는 인구, 건물, 도로, 지형으로 이뤄진 것만이 아닐 겁니다. 과천의 문학이 이 도시를 채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드러내고 더 아름다운 삶이 꽃필 방향을 안내하길 기대합니다.

문학을 통해 과천을 가꾸시는 과천의 문인들과 함께 [果川文學] 40호 발간과 과천문인협회 창립 2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서형원 과천시의회 의장
www.facebook.com/seohyungwon

*과천문인협회가 발간하는 [果川文學] 40호에 수록할 축하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