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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음악::

[옛블로그05.4.1]헬렌 니어링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Loving and Leaving the Good Life
헬렌 니어링 | 이석태 옮김 | 247 쪽 | 2000년 09월 01일 | 보리

울산의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버스에서 적어둔 메모를 옮긴다.

 

책을 열자마자, 그리고 읽어가는 내내 그토록 안정감과 충만함을 얻는 경험은 흔치 않다. 니어링 부부의 삶을 읽는 것은 무엇보다 아주 즐거운 일이었다.  아주 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든 그들이 누린 평화로움과 충만함의 삶으로 들어설 수 있다. 그것은 특별한 기교나 복잡함을 요구하는 일이 아니다.

 

기억해야 한다. 니어링은 놀라운 결단이나 식견으로 조화로운 삶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불가피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 때 해야 할 당연한 선택을 훼방놓을 어리석은 미련 따윌 갖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 비결의 전부였다.

 

다만 나는 아직 이곳에 내 몫의 일이 남아 있기 때문에 니어링의 선택을 미루고 있을 뿐이다. 그들이 뉴욕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그 상황은 아직 내게 오지 않았다. 나는 아직 번잡한 시장바닥에서 나의 몫을 하고 있고, 그 일에 만족하고 있다.

 

뉴욕, 혹은 서울의 번잡함, 소음, 조악한 풍요에 불필요한 미련을 갖지 않기만 하면, 언제든 조화로운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이 점이 삶에 더 큰 만족을 만족을 가져다 준다. 니어링 부부의 삶은 이러한 선택이 고뇌에 찬 결단 따위와는 아주 거리가 먼, 소박한 미소처럼 자연스런 일임을 확인해 주고 있다.

 

스코트 니어링이 뉴욕을 떠난 것은 1932년. 나로서는 2017년의 일이 되는 셈이다. 도대체 내겐, 혹은 당신에겐, 얼마나 엄청난 기회가 남아 있는가? 축복할 일이다.

 

그러나 조금은 더 그들을 배울 필요가 있다.

 

지금 여기서(!) 좀 더 단순해질 것. 덜 가지고 덜 장식할 것. 대신, 더 읽고 더 사색하고 더 쓰고 더 움직일 것. 언제나 자신을 드높일 것. 엄격하게 자유로울 것.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