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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블로그05.1.2]<자유로서의 발전>대안경제의 구상을 시사할 수 있을까?



자유로서의 발전

  아마티아 센 지음 | 박우희 옮김 | 세종연구원 | 2001/2 출간 | 464쪽

  Amartya Sen

  Development as Freedom



이 책이 대안경제의 구상에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을까? 대안경제에 대한 목마름은 최근 시민운동가들의 화두 같다. 최근 만난 많은 사람들이 사회변화에 대한 포괄적 전망에 목말라하고 있으며 특히 새로운 경제 체계의 구상이 절실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겨레 편집국 자문회의에서 정현백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가 그 절실함을 토로한 바 있고, 어제 모임을 가진 묻지마 꼬뮌, 그러니까 평화활동가 공부모임에서도 공정무역에 관한 공부를 시작하며 대안경제에 대한 관심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내가 함께 하기로 한 공부모임에서도 화두는 대안경제다.



대안경제의 구상이 가능할까? 우리가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와 대안정책을 망라하는 포괄적 경제 구상과 전환 전략 말이다. 생태경제적 구상도 있을 수 있고 민주주의와 복지를 보장하는 경제 구상이 있을 수도 있다.



저자는 과감하게도 실질적 자유의 확대를 발전의 근본 목표로 규정해 놓았다. "사람들에게 이성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거나 기회의 여지가 거의 없는 여러 유형의 부자유를 제거하는 것"(p. 8)을 발전으로 규정한 것이다.



평화공부 모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대안경제라는 문제설정은 특정한 가치지향이나 부문적 관심을 넘어서는, 포괄적 전망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정치적이다. 저자가 설정한 발전의 목표는 이러한 포괄적 관심에 일단 부응한다. 그러나 그것이 생태적 지혜, 성평등, 다양성에 대한 요구 등 근대적 과제를 넘어서는 열망을 담아낼 그릇이 될지, 책의 앞부분만 봐서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날로 협소해지면서도 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을 독점하고 있는 경제학의 울타리를 그 내부에서 비판하고 확장한다는 면에서 적어도 우리가 딛고 가야할 하나의 디딤돌은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자유의 확대와 관련하여 자자는 빈곤, 압제, 사회적 박탈, 부실한 공공시설, 국가의 억압 등을 제거하는 일을 예로 들고 있다. 풍요에도 불구하고 인구의 과반수 이상이 기본적 자유를 부정당하고 있다는 저자의 지적이 이러한 인식의 현실 기반을 이루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자유란 행동과 의사 결정의 자유를 가능케 하는 '절차(책에서는 과정이라고 번역했지만 아마도 절차가 맞을 듯)의 측면'과, 질병과 기아, 빈곤 등에 시달리지 않을 '기회의 측면' 양자를 포괄하고 있다. 적절한 인식이다.



또한 자유는 두 가치 측면에서 중요한데, 진보의 평가가 자유 증진으로 평가된다는 '평가적 이유'와, 하나의 자유가 다른 자유로운 행위들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유효성 이유'가 그것이다. 자유는 특정한 예를 들어, 경제적 혜택을 가져오기 때문에 중요하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중요하기도 하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로서 발전은 "서로 연관된 실질적 자유의 통합된 확장 과정"으로 인식된다.(p. 26)



이와 유사하게 필자는 자유가 도구적 중요성과 구성적 중요성을 가진다고 말한다. 후자는 예를 들면 정치적 자유란 그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관점에서 간접적으로 정당화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 자유의 본질을 구성하는 요소이기 때9문이다.(p. 35-36)



전자의 유형으로 저자는 (1) 정치적 자유, (2) 경제적 편의, (3) 사회적 기회, (4) 투명성 보장, (5) 보호적 안전성을 들고 있는데, 이 각각인 인간의 일반적 능력을 증진하는 데 도움을 주며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한다. 이들 을 서로 묶어주고, 그것들의 결합된 중요성을 강화시키는 실증적 연관관계에 저자는 주목한다.



책의 본문에서 많은 사례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경제적으로 부유하든, 아니면 독립 후의 인도, 보츠나와 또는 짐바브웨처럼 상대적으로 가난하든 간에 민주주의가 기능하는 나라에서 역사적으로 기근이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다"고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참으로 흥미롭다. 쉽게 믿어지지 않는데, 사실이라면 아주 강력한 실증이 아닐 수 없다. (p. 35)



저자는 시장 메커니즘을 옹호하거나 비난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더 포괄적인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 필자의 관심이다. 때문에 저자는 경제적 부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영위하는 삶에 폭넓게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분명히 부가 아니다. 부는 단지 유용하고 다른 것들을 위해 존재할 뿐"이기 때문이다.(p. 32)



저자가 인간을 능동자 위주의 관점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주목할만 하다. 적절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개인은 자신의 운명을 효과적으로 만들어 나가고 서로 도울 수 있다. 개인을 세밀한 발전 프로그램의 수동적 수혜자로 간주할 필요가 없으며, 자유롭고 지속 가능한 행위 주체의 적극적 역할을 인식해야 할 강력한 근거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p. 29) 그래서 이 연구는 공동의 구성원이자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행동에의 참여자로서 개인이 가지는 '행위 주체'(agency)로서의 역할에 관심을 기울인다.(p. 38)



"이것은 정치 지도자들이 소극적이라고 가정되는 대중들에게 "이상적인 결과"를 갖게 하기 위해 미세 조종된 "목표 설정"을 사용하도록 하는 광범위한 유혹과 같은 전략적 문제에서부터 민주주의적 검토 및 반대의 과정 그리고 정치적 권리와 시민권의 참여적 행사에 정부의 작용을 분리시키려는 시도와 같은 근본적 주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공 정책의 문제들과 관련된다."(p. 39)



(2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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