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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와 출판::

[칼럼]도심 공동화, 걱정스럽다. - 도심재생 프로젝트의 필요성

도심 공동화, 걱정스럽다.
서형원 / 과천시의회 의원, 과천문화신문

“쓰고 버리기 식 경제”라는 말이 있다. 귀중한 자원을 한번 사용하고 폐기하는 낭비형 경제구조, 간단히 말해 일회용 경제라는 말이다. 지속불가능한 경제의 대안을 찾는 학자들이 얼마 전부터 쓰기 시작한 말이다.

그에 비해 “쓰고 버리기 식 도시개발”의 역사는 어마어마하게 길다. “숲의 서사시”라는 아주 흥미진진하고 약간은 두려운 책을 소개하고 싶다. 저자 존 펄린은 인류의 역사를 숲의 개척과 파괴, 그리고 뒤이은 이동의 과정으로 서술하고 있다. 인류 최초의 도시문명으로 알려진 이라크의 수메르 문명으로부터 아메리카 대륙의 개발에 이르기까지, 문명과 권력은 원시 숲의 개척으로 흥하여 숲의 황폐화로 쇠했으며, 결국 새로운 숲을 찾아 이동해왔다는 것이다.

쓰고 버리기식 도시개발은 황폐한 숲, 아니 그 자리를 차지한 무너진 도시를 낳는다. 서구의 도심 공동화가 그 현대적 현상이다. 드넓은 땅에 매혹되어 의욕적으로 개척된 북미의 도시들이 결국 슬럼화 되고, 밤의 도심은 범죄와 빈곤에 자리를 내어주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바로 도심 공동화 현상이다.

이런 장황한 생각이 깊어진 것은 지난 16일 열린 지식정보타운 구역지정 공청회를 준비하면서부터다.

과천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일종의 ‘컴팩트 시티’, 즉 압축 도시라 할 수 있다. 베드타운으로서 직주근접을 실현하지 못한 한계는 있지만, 도심을 계획적으로 개발하여 주거지와 상업지구, 공공서비스를 집중시키고 도시 외곽의 자연환경은 보전한 것이다.

컴팩트 시티라는 개념은, 유럽의 경우 에너지와 자연녹지 등 환경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일본의 경우 노령화와 도심 공동화에 대한 대응으로 실천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압축 도시란, 시민들의 입장에선 주거지와 근접한 곳에서 쇼핑과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한 도시이자 두려움 없이 활보할 수 있는 안전하고 활력 있는 도시이며, 환경의 입장에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생태계를 보전하는 지속가능한 도시인 것이다.

공청회 자료에서 지식정보타운을 개발하게 된 배경 부분을 보면, 기성 시가지의 노후화가 가속되어 새로운 성장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되어 있다. 그래서 외곽에 새로운 도시의 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고서에는 그 상업공간이 과천시 전체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언급도 있다.

그렇다면 가뜩이나 활력을 잃고 있는 구 도심, 아니 현 도심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현재의 중심상업지역을 보면 조마조마한 마음이 드는 현실이다. 재건축이 완료되었어도 경기는 살아나지 않으며, 빈 사무실도 많아진다. 건물은 낡아가고 멈추는 설비들도 생긴다. 주거지의 중심부에 있는 근린 상권이 무너지면 시민의 편리가 제약된다. 노인과 아동,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생활이 불편해진다.

도심이 노후화 할 때 필요한 조치는, 세계적으로 성공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도심재생” 프로젝트다. 도심의 활력을 다시 일으킬 대안을 먼저 실천하지 않는 외곽 개발, 도시의 확장은 이 작은 도시에서 더욱 치명적일 것이다.

이미 꽉 들어찬 도심을 재생하는 것은 새로운 개발에 비해 훨씬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 분명하다. 하지만 낡고 활력 잃은 도시를 버리고 새로운 빈 땅을 찾아나서는 일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개발에 환호하고 기대감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도시의 미래와 진정한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시민들에게, 시민들 대부분이 생활하고 활동하는 현재의 도심을 살리는 일에 더 큰 관심을 돌려보자고 제안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