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10년>이 불러올 미세먼지 공포 - 우리 아이들은 안전할까? 서형원(과천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 본지 시민기자) 관악산에 올라 과천을 바라보는 마음이 예전처럼 편하질 않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 때문이다. 부동산에 물어보니 5월에 11단지 재건축 공사가 시작될 것 같단다. 아토피가 채 낫지 않은 딸 온이는 지금 11단지 근처 유치원에 다니고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최근 대형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공포를 다룬 책이 언론에 널리 소개되면서, 아이 가진 부모들 사이엔 도시를 떠나야 하지 않느냐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관악산 아래 공기 맑은 곳에서 산다는 게 안심이었는데 재건축이 시작되면 우리도 떠나야 하나? 재건축을 하느냐 마느냐 당장 따지고 싶진 않다. 그러나 집이 비좁거나 전세를 살더라도 쾌적한 자연환경과 여유 공간, 안전한 통학로를 가진 과천을 아끼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11단지를 시작으로 10년이 넘도록 계속될지 모를 재건축 공사판 과천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이 점만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아이를 가진 아빠기 때문이고, 팔고 이사 갈 내 집은 없지만 이곳을 떠나지 않고 이웃들과 계속 살고 싶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생태경제학을 공부한 우석훈 박사가 [아픈 아이들의 세대]라는 책을 펴냈다. 건설경기 부양이다, 뉴타운 재개발이다 하여 공사판으로 변해가는 한국, 특히 서울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PM10’이라고 불리는 미세먼지의 공포에 노출되어 있다는 보고서다. 아토피 피부병이 급증하는 것은 이 현상의 일부일 뿐이다. 미세먼지는 몸속에 계속 축적되고 호흡기의 허파꽈리를 죽이며 몸속에서 다른 물질과 반응해 발암물질을 만들어 낸다. 저자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3년간 멀쩡히 자라온 나무들이 인근 공사장의 미세먼지 때문에 시들어 죽는 것을 보며 이 책을 쓸 결심을 했단다. 하지만 아이들의 허파를 나뭇잎처럼 물로 닦아낼 수는 없지 않은가? 더 비싼 값에 집을 팔거나 더 넓은 집을 값싸게 얻게 되어 이익을 얻는 분들도 분명 계신다. 그러나 이 분들만이 재건축 공사의 이해당사자는 아니다. 과천은 개인의 재산인 ‘부동산’이기 이전에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삶터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쾌적한 삶, 건강을 해치지 않는 삶, 안전한 삶을 계속하고 싶은 사람들 모두가 재건축에 대해 발언권을 가진 당사자들이다. 이미 많은 부모들이 재건축의 환경피해, 건강피해를 걱정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부모들이 먼저 문제를 이해하고 뜻을 모았으면 한다. 그러면 지금 과천의 여유와 환경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도 힘을 보탤 것이다. 이런 분들이야말로 분명히 과천 주민의 다수인데, 지금까지는 어떤 목소리도 낼 기회가 없었다. 처음에는 과천의 시민단체들이 기회를 마련할 수도 있다. 과천의 아이들을 지키는 것은 결국 주민들의 몫이다. 인천에서는 초대형 화력발전단지가 들어선 지역에서 주민들이 발전회사와 환경협약을 맺어 오염을 감시하고 피해를 줄인 사례도 있다. 우리 모두의 삶터를 지키는 주민운동을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