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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마음

수상록 :: 2013.5



2013.5.3


환대에 대하여, 늘 그렇듯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강의 마치고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우연히 마주친 분이 반갑게 인사를 하신다. 나는 누구라고 소개하시며. 사람 사는 게 별 거 있나? 만남을 기쁘게 생각하고 거기서 이야기가, 함께 함이 시작되면 즐겁고 뿌듯한 거지. 일단 마음이 환하다. 


공직자들에게 강의를 하는 건 아직 낯선 일인데 그것도 재밌다. 이삼 년 전만 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단체장을 포함한 사무관 이상의 공무원들과 자치와 변화를 만드는 퍼실리테이터가 되자는 이야기에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 


이 밤에 생각하니 이웃들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마음이라는 게 뭐 별 거 있나 싶다. 사람을 환대하는 일이지. 사람 만나는 것이 설레고 기대되어서 그 마음이 드러나도록 준비하는 일이지.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거기서 다른 일도 시작되는 것 아닐까. 


이웃을 초대하는 사람이 환대의 마음을 보여주었던 일로 깊은 인상을 받아 자주 예로 드는 것이 우리 동네에서 몇 년 전 있었던 강연회였다. 여성들의 작은 책모임이 처음으로 함께 읽은 책의 저자를 초청해서 동네 행사를 열었다. 처음이었기 때문일까? 


홍보도 열심히 했지만, 참 아름다운 환대의 자리를 만들었다. 앞쪽 테이블엔 멋진 천이 덮이고, 강사 자리에는 수반에 꽃잎과 초가 띄워졌다. 시간과 장소에 어울리는 먹을거리야 기본이지. 이런 자리에서 작은 실수가 벌어진다 한들 누가 뭘 탓하겠는가? 거기 들어서는 순간, 이미 이웃들은 마음을 다한 환대를 받았고 이 흐뭇함을 잃지 않기 돌아가기 위해 기꺼이 협력한다. 


오늘 강의를 위해 두 해 전에 쓴 글을 다시 읽어봤다. 지난 스물다섯 해의 경험과 고민을 담고 있는 그 글에 쓰인 조언들을 다 간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환대의 마음,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 환대의 마음이 드러나도록 전하기 위해 기울이는 정성이 과연 지금도 그리 생생하게 잘 살아 있는가 싶다. 마음은 여전하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 드러남은 빛이 너무 바랜 것이 아닐까? 





아직은 날 환대하지 않는 코코. 내 탓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