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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마음

수상록 :: 2013.4

2013.4.21


인간에게 주어진 선물,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는 능력"은 마음 속으로 욕망할 수 없었고 생각조차 할 수 없었을 목표와 기획을 이루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게 한다. - 한나 아렌트 '폭력론', "공화국의 위기" 236ㅉ. (김선욱 옮김, 한길사)


나는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능력이 인간 이성의 능력을 극적으로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시작할 수 있는 능력은 멈출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하는 편이 더 적절하다. 


멈춘다는 것은 현실의 관성에 저항하는 이성의 힘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세차게 굴러가고 있었더라도, 아무리 필연적이었어도, 아니 필연적이었을수록 더욱 더, 생각해보아 그것이 아니라면 우뚝 멈출 수 있는 것이 인간 고유의 능력이라는 것이다. (인간 안의 신성, 혹은 자유의 영역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방향 전환은 멈춤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길, 새로운 삶, 새로운 기획, 새로운 만남과 협력, 자유의 실현이 거기서 출발한다. 


내가 왜 그 일을 꼭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틀렸고, 자기 변명, 되돌아가기 위한 반환점이다. 꼭 해야 할 일, 다시 말해 생존하고 번식하는 데 필연적인 일들로부터 자유로 나아가고 싶다고, 그래서 생각이라는 걸 하기 시작했던 당신은 생각의 답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하자 그 길은 필연적이지 않으므로 내 것이 아니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지혜롭다 말할 순 없지만 영리한 일이다. 생각을 넘어 행위로써 필연의 삶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면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므로. 행위에 이르지 않고 생각하다 다시 돌아오길 반복하는 건 영리한 일이다. 늙어가지 않거나 후회하지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