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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마음

책임, 욕심, 미련

 

 

아무 생각 없이 푹 자고 일어났습니다. 유난히 팍팍했던 지난 한 주의 피로 때문일 텐데, 어찌 생각하면 지난 십여 년의 피로가 한 번에 몰려오고 있는 듯도 합니다. 오늘은 제주 강정에서 출발한 생명평화대행진이 서울에서 마무리되는 날이었습니다. 거기만은 꼭 가야 했는데 오후 늦게야 끝난 일정 때문이기도 했지만 결국 피로가 발목을 잡아 약속을 지키지 못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미안합니다. 그런데 왜 일은 할수록 갚아지는 것이 아니라 빚만 더 쌓이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올해 공자와 노자를 읽으면서 물러섬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많구나, 느꼈습니다. 잘 물러선다는 것이, 혹은 물러선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일 겁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공자는 바른 길로 더 나아갈 수 없을 때 물러서란 말씀이고...
노자는 할 일 했으면 물러서란 말씀이더군요. 장자로 가면 부득이 하지 않으면 도망가라, 이렇게 됩니다. 물론 현실은, 별 일 못한 사람이 어떻게든 내가 더 할 수 있다며 버티는 게 보통이지요. 꼭 권력이 아니라 봉사의 자리에서도 자기 연민, 억울함, 인정 욕구 같은 것 때문에 물러설 때를 놓치고 결국 자신을 소모하게 됩니다.

올해는 물러섬에 대해 종종 생각합니다. 그냥 담백하게 임하면 될 일인 줄 알았는데 그래도 생각할거리가 많습니다. 제 임기의 남은 한 해 반은 시의원 일의 마무리라기보다 조금 더 긴 시간 아등바등 해온 일의 마무리일 겁니다. 그 시간 동안 스스로와 사람들에게 약속했던 일을 매듭짓고, 아니 한 발짝쯤 더 나아가게 하고 마무리하고 싶은 이 마음이 욕심인지 바른 책임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욕심일 텐데, 바른 욕심인지 단지 미련인지 그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궁금하면 500원 내고 물어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