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영화,음악::

노자 58장 其政悶悶 其民淳淳 :: 선함도 스스로 빛이 나면 재수 없다

 

노자 제58장

[노자] 이강수 옮김 | 인문학서당 모임 | 서형원 | 2012.8.28

 

其政悶悶 其民淳淳 其政察察 其民缺缺. 禍兮 福之所倚 福兮 禍之所伏. 孰知其極. 其無正. 正復爲寄 善復爲妖 人之迷 其日固久. 是以 聖人 方而不割 廉而不劌 直而不肆 光而不耀.

기정민민 기민순순 기정찰찰 기민결결. 화혜 복지소의 복혜 화지소복. 숙지기극. 기무정. 정부위기 선부위요 인지미 기일고구. 시이 성인 방이불할 염이불궤 직이불사 광이불효.

 

그 정치가 관대하여 모든 하천의 물을 받아들이는 황하물처럼 탁한듯하면 그 백성들이 순후해지고, 그 정치가 썩 밝고 자세하면 그 백성들이 교활해진다. 화여! 복이 의지하는 바요, 복이여! 화가 엎드려 숨어 있는 바니, 누가 그 궁극을 알리오? 아마 일정한 준칙이 없지 아니할까? 정상적인 것은 다시 기이한 것이 되며, 선이 다시 요사스러운 것이 되니, 사람들이 미혹한 그날이 벌써 오래인지라. 이 때문에 성인은 방정하나 자르지 아니하고, 모난 귀퉁이처럼 모가 서 있으나 찔러서 다치게 하지 아니하며, 정직하지만 제멋대로 하지 아니하고, 지혜로울지라도 남에게 눈부시게 비추지 아니한다.(어두운 곳을 비추어주더라도 남의 결점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ㅇ 정치가 좀 어리석은 듯하고 포용적이어야 사람들이 모나지 않게 더불어 살아 갈 수 있다. 서로 힘이 되어주며 더불어 살아가게 하는 것이야말로 정치가 실현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낱낱이 드러내어 따지거나 감시하거나 평가하거나 형벌로 다스리려 하면 사람들은 교활함을 키워 각자 살 길을 찾으려고 한다. 1퍼센트는 살고 99퍼센트와 마을, 사회는 죽는다.

 

ㅇ 따지고 보면, 자신의 입신을 위해 조직이나 사회에서 정치를 한다고 하면 자신을 과시해야 하고 그의 정치가 察察하지 않을 수 없다. 똑똑하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려 하는 것은 흔히 정치에서 살아남는 길이라고 하지만 결국 정치가 죽는 길인가?

 

ㅇ 결국 정치는(교육은) 어짊의 본을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까? 찰찰하게 아이를 키우면 높은 스펙을 얻게 된다고 하지만 결국 아이를 죽이는 일일까?

 

ㅇ 지나친 복, 지나친 성과를 경계하라. 주위의 도움이 멀어지고 결국 약해지며 화를 당하기 십상이다. 내게 주어진 화, 손해를 잘 받아들이면 다시 일어날 기운이 모이고 활로가 생기며 강해진다.

 

ㅇ 기운이 모이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기운이란 결국 도움인 듯하다. 그를 돕고자 하는 마음, 그의 뜻과 그의 길로 마음이 모이는 것,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 사람이 홀로 아무리 강해도 두 사람 몫을 하기 힘들지만, 그가 낮추고 손해나는 일을 떠맡음으로써 헤아릴 수 없는 사람의 힘을 모아낸다. 의미 있는 일은 여기서 시작된다. 그러니 복과 성과와 빛남과 승리와 지위를 경계하고, 낮추고 움푹 파여 돕고자 하는 마음이 모이는 웅덩이가 돼라.

 

ㅇ 선해야 한다. 하지만 선함도 스스로 빛이 나면 재수 없다. 세속의 때를 다독일 만큼 허술한 구석이 있어야 다가설 수 있고 비로소 쓸모 있다. 반듯하고 날이 서있고 정직하며 지혜로워야 한다. 하지만 그 뾰족함을 잘 감싸서 남을 겨누는 날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ㅇ 특히 자신의 지혜가 남의 상대적 미흡함을 드러내는 빛이 되지 않도록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한다. (당신이 그다지 지혜로울 리도 없다.) 사람의 앞길을 밝혀주고 그의 역할을 빛내주는 등이어야지 남의 그늘을 비추는 빛이어선 곤란하다. 비록 모자란 이라 해도 그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않곤 당신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온 힘을 다해 그의 역할을 빛내고 그의 앞길을 밝히라.

 

ㅇ 결국 욕심의 뿌리를 잘라내지 않으면 모두 어려운 일이다. 겸손하고 소박한 외양과 그 속에 빛나는 지혜로움을 다 알아주길 바랄까? 분수 넘치는 욕심이고 우스운 일이다. (억지로 꾸민 겸양보다 자유함이 낫다.) 필요하면 사람들이 찾아낼 것이다. 필요하면 자식이 날 찾을 것이다. 찾지 않으면 사람들은 알아서 잘 살고 있는 것이니 저 한 몸 잘 다스리며 살면 될 일이다. “날 써주세요.”라고 광고할 일이 없다.

 

ㅇ 그런데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가 이렇게 많은 게 바른 해석일까?

 

 

120828노자-58.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