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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30,31,36,43,44장. 승리를 탐하는 사람이 천하에서 뜻을 얻게 해서는 안 된다.

동네 사람들이랑 논어에 이어 노자 읽기를 하고 있는데 발제하거나 메모한 것을 올리지 않았었네요. 내일 공부를 위해 메모한 것을 올려봅니다.

 

 

120820노자-43,44.hwp

 

 


제43-44장 (30, 31, 36장 메모)

[노자] 이강수 옮김 | 인문학서당 모임 | 서형원 | 2012.8.20

 

43장 天下之至柔馳騁天下之至堅 無有入無閒 吾是以知無爲之有益. 不言之敎 無爲之益 天下希及之.

천하지지유치빙천하지지견 무유입무간 오시이지무위지유익 불언지교 무위지익 천하희급지

 

천하에서 지극이 부드러운 것으로 천하에서 지극히 단단한 것을 뚫고 드나들되, 무유는 틈새 없는 곳으로 들어가나니, 나는 이로써 무위가 유익하다는 것을 알겠도다. 불언의 가르침과 무위의 유익함은 천하 사람들 가운데 그에 미칠 수 있는 이가 드무니라.

 

ㅇ 지극히 부드러운 것이어야 비로소 지극히 완고한 것을 뚫고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현실에서 많이 겪는 일. 어려운 일일수록 가장 부드럽게, 느슨하게, 여유 있게, 한발 물러서서.

ㅇ 틈새 없어 보이는 일일수록 행위하는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무위로.

ㅇ 말 대신 솔선수범으로 하라. 나의 공이 될 무엇을 하는 것 대신 만물의 상생/상호작용을 도와 만물이 이익을 얻도록 하라.

※ 김충렬 : 이런 것은 이제 상식이다. 아는 이가 드문 것이 아니라, 이에 도달하는(실천하는) 이가 드물다고 표현한 것은 이 때문. 이 위대한 이치를 알아서 처세에 응용할 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

※ 광고와 선전, 수치로 표시된 실적, 독서 이력, 상사와 동료에게 보여주고 인정받기…. 끊임없이 자신을 입증하지 않으면 생존하지 못하는, 탈락하는, 경멸받는 시대에 至柔, 無有, 不言之敎, 無爲之益은 어떻게 생존 가능할까? 이러한 가르침을 비현실적이라고 냉소하지 않고 받아들일 방법은 무엇일까?

 

44장 名與身孰親? 身與貨孰多? 得與亡孰病? 是故甚愛必大費 多藏必厚亡. 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

명여신숙친 신여화숙다 득여망숙병 시고심애필대비 다장필후망 지족불욕 지지불태 가이장구

 

명예와 몸 가운데 어느 것이 더 가까운가? 몸과 재물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얻는 것과 잃는 것 가운데 어느 것이 더 해로운가? 이 때문에 지나치게 아끼면 반드시 더 많이 소비하고, 많이 저장하면 반드시 잃는 것이 후하게 되나니, 만족할 줄 알면 욕되지 아니하고, 그만둘 줄 알면 위태롭지 아니하니 장구할 수 있느니라.

 

ㅇ 이 장의 주요 화두는 내 몸, 내 생명이 바로 내 존재의 유일한 기반이요 절대적인 것이며, 그래서 값어치로 따지자면 그 무엇과도 비교하거나 바꿀 수 없는 무가지보無價之寶라는 것이다. … 명名은 사물 자체(주체, 실체)가 아니라 그것을 지칭하는 부호, 도는 공구(객체)에 불과. 엄밀히 말해 내가 아닌 타재他在에 불과. 명이 내 몸뚱이, 즉 목숨보다 중요할 수 없다. 그런데도 때로 위명살신爲名殺身한다. (김충렬)

ㅇ 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 : 만족을 알면 욕되지 않으며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 따라서 오래도록 할 수 있다. → 욕 안 보고 위험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인가? 오래란 무엇을 오래 보존한다는 것인가?

※ 이런 가르침이 오래 회자되는 것은 知足, 知止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일 것. 그렇다고 해도 더욱 중요한 것은 나가야 할 곳과 멈추어야 할 곳의 경계, 즉 그 중용의 날선 지점을 찾아 실행하는 것이 아닐까?

 

30장 힘의 바른 사용법 “不得已 : 어쩔 수 없이”

ㅇ 성인의 용병(用兵)은 모두 부득이(不得已)에서 나온다. 부득이가 아니고 강强으로 천하를 이기고자 한다면, 혹 이길 수는 있을지라도 그 화가 반드시 그를 보복한다.

※ 군대, 무력, 강함은 부득이할 때 쓴다. 힘의 바른 사용법은 곧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것이다. 힘을 과시할 이에게 힘을 주어선 안 된다.

 

31장 승리를 탐하는 사람이 천하에서 뜻을 얻게 해서는 안 된다.

夫佳兵者 不祥之器 物或惡之 故有道者不處. … 不得已而用之, 恬淡爲上, 勝而不美. 而美之者, 是樂殺人. 夫樂殺人者, 則不可以得志於天下矣. … 殺人之衆, 以哀悲泣之. 戰勝以喪禮處之.

부가병자 불상지기 물혹악지 고유도자불처. … 부득이이용지 염담위상 승이불미. 이미지자 시락살인 부락살인자 즉불가이득지어천하의. … 살인지중 이애비읍지 전승이상례처지.

 

대저 병기는 상서롭지 아니한 기물이다. 사람이 누구나 그것을 싫어하니 도를 가진 이는 그로써 처신하지 아니한다. … 부득이(어쩔 수 없이) 그것을 쓸진댄 염담이 으뜸이 되니, 이기더라도 아름답게 여기지 아니하니라. 그런데도 그것을 찬미하는 사람은 살인을 즐기는 것이다. 대저 살인을 즐기는 사람은 천하에서 뜻을 얻게 해서는 안 된다. … 사람을 많이 죽이면 애통해하는 마음으로써 그에 임하고 전승하면 상례로써 그에 처한다.

 

ㅇ 옛적에 전쟁을 이기면 장군은 상주의 예를 차리는 자리에 있으면서 소복하고 곡을 하고, 군자가 덕을 귀히 여기고 병사나 병장기를 천시한다는 것을 천명하며, 부득이하여 좋지 않은 사람을 벌주어 죽이게 되면 마음이 그 일을 즐거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상喪에 견준다. … 서양에는 곳곳에 개선문이 있으나, 동아시아 전통사회에는 그것이 없다. (이강수)

※ 이기는 일은 아름답지 않다. 그런 줄 알아야 한다. 이기는 일을 찬미하는 사람은 남의 괴로움이나 남의 패배를 즐기는 사람이다. 어쩔 수 없이 이겨야 해서 이겼다면 안타까움/연민을 가져야 하고, 승리를 즐거워하지 않음을 표현하여야 한다. 승리를 탐하고 자랑하는 사람이 뜻을 펼치도록 해서는 안 된다.

 

36장 그것을 약하게 하려면 먼저 강하게 해주고 제거하고 싶으면 먼저 들어올려주고 빼앗고 싶으면 먼저 그에게 주어야 할 것이다. 이를 일러 이치는 은미하나 그 일은 분명한 것이라고 한다. … 국가의 이기(利器)는 사람들에게 과시해서는 안 되느니라.

 

ㅇ 상대방의 사치, 음란, 자만, 탐욕을 극에 달하게 한다.(하상공) 적을 어리석게 하는 방법이며, 암암리에 사용하는 비결. 사리는 아는 사람이 하는 바.(박세당)

※ 자신을 해할 목적으로 자신을 강하게, 높게, 부유하게 해주는 사람의 간계에 빠져들지 않기란 매우 어려운 일. 반대로 상대의 거만함, 탐욕을 부추겨 상대방을 해하려 꾀하는 것은 무섭게도 성공확률이 매우 높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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