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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마음

선거에서 일상으로... 멀다 멀어...


온이는 참 부지런한 편이다. 방 정리하거나 생활을 돌보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재밌는 일, 특히 몸을 놀리는 일이라면 정말 부지런하다. 이 부지런한 녀석과 한참을 놀아주지 못했으니 참 미안하다.

어제 부탁 받은대로 6시 5분 전에 온이를 깨웠다. 청계산 5,6호 약수터에 가잔다. 빈 물병 주섬주섬 챙겨 약수터에 가서 물도 뜨고 온이는 잠깐 운동도 하고 돌아왔다.

온이가 듣고 싶다는 음악도 찾아서 틀어주고, 아침 밥 챙겨주고, 학교에서 보낸 가정통신문도 챙겨보고, 도시락 싸서 학교 보내고 설겆이 마치고, 나도 씻고... 정말 오랜만에 진한 커피 한잔 내려서 마셨다.

온이는 이번 주부터 1,500원씩 용돈을 주기로 했다. 대신 키키 밥과 화장실은 자기가 챙기기로 하고.

당연한 일이지만 아직도 선거 마무리가 다 되질 않았다.

투표일 다음 날 과천동 구석구석 인연 맺은 분들 찾아서 인사다니고, 어제까지 중앙동, 별양동, 중심상가까지 찾아뵙고 '앞으로 일 잘 할테니 관심 갖고 지켜봐주시고 조언해 주시라'고 말씀 드리고 있다. 만난 분들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도 더 나누고.

회계책임자를 맡으신 시냇물 샘은 선거에 이겼다는 기쁨만 누리기엔 일이 너무 많이 남으셔서 지금도 아침부터 서류 작업 중이시다. 

의회에서 맡은 결산검사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 두분과 함께 작년 우리 시 살림 결과를 검토하는 과정이다.

이기고 지는 일은 순간이고 일상은 계속된다. 선거 끝나고 온이와 키키 돌보는 생활로 돌아가는 게 더 겁난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했지만, 진짜 어려운 건 선거에서 이기는 게 아니고 잘 사는 것.

한달 넘도록 선거운동에서 큰 몫을 하시고 집안 일까지 돌봐주신 어머니도 어제 인천 집으로 돌아가셨다. 캠프 식구들도 점점 일상으로 돌아가고 선거는 진하고 뜨거운 추억으로 남겨질 것이다. 각자의 생활과, 소속된 모임과 활동만으로도 바쁘고 여유 없을 일상이 다시 시작된다. 

어렵고 큰 일처럼 보일 수록 일상처럼 쓱쓱 해나가는 게 옳다. 선거 후 어쩌면 너무 큰 책임이 주어진 것처럼 생각돼 좀 당황하기도 했다. 쓱쓱 해나갈 수 있을 거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우선은 내 일상, 그리고 동료들과 이웃들의 일상이 순조롭도록 돌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