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 배달된 책, 11월 20일에 끝내다. 중간에 만화 '쿠니미츠의 정치' 등 여러 만화연재물을 거치다. 쿠니미츠의 정치는 기회를 봐서 소개하고 싶다. 책에서 빠져나오기 아쉬워 미적대다가, 결국 마쳤다. 추천 0순위, 그러나 대출은 금지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낯선 사람들이 편견을 극복하고 어떻게 진정한 동료가 될 수 있는지, 창조와 흥미진진한 모험을 위해 왜 이러한 만남이 필수불가결한지 말해주는 노학자의 역작이다. 더구나 저자는 역사의 모든 이면을 뒤져 낯선 만남과 창조와 모험 앞에 선 이들을 격려한다. 국경, 인종, 빈부, 종교 등등의 벽이 모두 창조적인 만남을 가로막아 왔지만, 역사를 통틀어 가장 낯선 관계는 여성과 남성의 관계였다. 이제 이들이 동료가 될 때가 되었다. 여성과 남성이 동료로서 만날 역사적 준비가 되었다는 점에서, 아마도 저자는 지금 이 시점을 역사적으로 가장 창조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때로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의 주장은 간명할 수도 있는데, 책이 600쪽을 넘어가는 것은, 저자가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지혜를 동원해 호기심과 용기를 불어넣어주려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모든 장 앞쪽을 차지한 수 많은 여성들과의 인터뷰 - 저자와 이 여성들 사이의 만남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독자는 낯선 이들과의 만남에 대해 설레임과 도전 의욕을 가질지도 모른다. 저자가 들춰낸 역사의 세밀한, 그러나 뚜렷한 장면들을 바라보는 것만도 환상적인 일이지만, 그 다채로움에 넋을 잃고 따라가다보면 삶은 원래 그랬다는 관성이나 고집이나 포기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이 방대한 저술을 요약하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며, 책 후반부에서 눈에 띄는대로 몇 줄 인용하는 것으로 마친다. 워낙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으므로, 아래 인용된 몇 문장으로 이 책의 색깔을 판단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인간 욕망의 모든 영역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천연 자원에만 관심을 가지는 한 녹색 운동은 주요한 정치 세력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녹색 운동의 퇴보는 인간의 열망을 그 전체로서 충분히 보지 못하기 때문에 이륙하지 못하는 이상주의에 대한 또 하나의 예다." 372 "집파리들은 시간의 3분의 1만을 먹는 데 쓰고, 40%는 쉬고, 12%는 한가하게 이리저리 걷거나 날아다니고, 14%는 몸단장하는 데 쓴다. 이것은 암놈 파리의 경우다. 숫놈은 더 적게 쉬고 더 빨리 먹는다. 그래서 산책이 가능한 시간은 24%나 되고, 자신을 돌보는 일에는 20%를 할당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여가 시간이 44%다. 몇 세기에 걸쳐 노력했지만 서구인들은 더 나아지지 못했다... 일하는 시간을 약 10% 정도 줄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일할 자격을 얻기 위한 교육 시간이 12% 증가했고, 일터로 출퇴근하는 데 상당한 시간(8%, 총 6년)이 소비된다. 이렇게 되면 여가 시간, 걸어다니거나 날아다니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30%가 못된다." 442 "프랑스인들의 3분의 2는 일주일에 30시간 이하로 일하는 것을 상상도 못한다. 이들에게는 집파리와 경쟁하고 싶은 욕망이 전혀 없다" 443 "프랑스 국민 전체를 놓고 볼 때 42%는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들을 환영함에 비해... 20세에서 25세 사이 연령층의 68%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을 보이는 두번째 범주의 사람들은 여성들이다... 2명 중 1명이 그런 경향을 보인다. 즉흥적인 것을 선호하고 피할 수 없는 고정된 계획들을 세우는 것에 반대하는 일에 이렇게 여성과 젊은이들이 연합한 것은 진정 새롭고 폭발력 있는 결합니다. 그러나 선택의 자유가 열려 있기를 열망한다 해도 그것이 어떤 목적 의식과 결합되지 않는다면 폭발하지 않을 것이다." 443 "가정이란 가장 탄력성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인간의 모든 제도 가운데 가장 오래된 제도다. 지난 수세기에 걸쳐 가정의 목표는 계속 바뀌어왔다." 465 "마지막 큰 변화는 가정이 고용 조직에서 여가 시간에 주로 관심을 기울이는 곳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466 "정체성이라는 생각은 이 세상이 더 복잡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을 위해 고안된 것이다. 그것에 대한 대안은 상황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되어 공감의 영역을 넓히고, 자신을 이해하는 것보다 남들을 이해하는 것을 더 우선적인 일로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고치 속에 싸여 있는 가족들은 일반적으로 그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476 부족 내의 모든 아이들이 모든 부족 구성원들로부터 평등하게 깊은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레드 인디언'의 사례. 그리고 "'레드 인디언'들에게 사로잡혔다가 그들에게 동화된 상당수의 백인들은 자유로운 몸이 되었을 때도 '문명'으로 돌아오기를 거부했다... 아이들에 대한 이런 온화한 태도는 아이들이 부모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에 속해 있다고 그들이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또한 재산에 대한 그들의 태도이기도 했다." 477-8 "사람들은 무미 건조한 관계나 마술적인 관계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490 "이제 새로운 의사 소통 기술들의 발달이 가져다 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는, 이웃한 도시가 아니라 세계 어디서든 존재할 수 있고, 지나치게 가깝지 않고, 이웃한 도시가 아니라 세계 어디에든 존재할 수 있고, 지나치게 가깝지 않고, 경쟁자가 아닌 까닭에 질투보다는 너그러움을 먼저 생각할 수 있고, 서로의 인간 관계를 확장하고 서로를 돌보고 아끼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종횡으로 교차하는 관계망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인권 운동이 필연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이다. 또 이것은 훨씬 더 원시적인 형태의 의사 소통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 국가임을 감안할 때, 앞으로 국가의 발달만큼이나 중대한 발전으로 판명될 것이다." 492 "인간들은 지금까지 고통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생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으려고 시도하는 가운데... 인생을 여행하는 데 6가지 방식, 6가지 교통 기관이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역사상 수 많은 사람들에게 행해진 수 많은 조언들은 결국 이 6가지 중 하나였다. 1. 복종, 수용. 2. 협상, 거래. 3. 사생활(에 집중하기). 4. 지식 탐구. 5. 말하기, 드러냄. 6. 창조(적인 존재가 되기). 환대의 쇠락. "16세기 영국에서 처음으로 눈에 띄게 환대가 쇠락했다... 구호품 관리를 위해 사람들을 고용하게 되지 부자들은 찾아오는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하지 않게 되었다. 관리들이 빈곤을 객관적으로 처리하게 되자마자 환대는 결코 이전과 같지 않게 되었다." 550 "좀더 심오한 의미의 환대가 등장함으로써 역사의 새로운 단계가 시작되었...다." "낯선 사상, 전에는 들어보지 못했던 의견, 완전히 이질적으로 보이는 전통들에 대해 사람들이 호감을 보이고, 또 미지와의 만남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견해를 수정함으로써 일어났다... 다른 사람의 경험을 모르면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일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551 저자가 역사의 수많은 단면을 들추는 이유는 바로, 당신이 살아가는 일에 인류의 역사적 경험 전체를 참고하라는 것이다. "사회적인 불화의 주요 원인은 이기심이나 탐욕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559 "모든 자물쇠 가운데 가장 열기 어려운 자물쇠는 아마 이슬람교도와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을 갈라놓고 있는 자물쇠일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단어가 '공감'이라는 단어에 그 어원을 두고 있는 유일한 언어가 아랍어다... 이슬람교도에게 훌륭한 인생의 이상은 전쟁이 아니라 교제다..." 564 "이슬람교를 단층적이고 변하지 않는 단일체로 인식하는 외부인들은 이슬람교 전통의 엄청난 풍요로움, 이슬람교가 다른 종교의 역사와 공유하고 있는 복잡한 감정들, 그리고 인간 내면의 믿음은 오직 신에 의해서만 판단될 수 있다는 예언자 마호메트의 말이 가지는 중요성을 완전히 놓치고 있는 셈이다." 566 "'근본주의'라는 단어는 1920년대 미국의 개신교 분파들 사이에서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고, 현재 미국인들의 4분의 1 정도가 그러한 근본주의적 견해를 공유하고 있다... 근본주의는 하나의 태도로서 반복해서 역사에 등장했다. 인구가 대규모로 늘어나고, 낡은 제도는 현실에 대처하지 못하고, 가정은 더 이상 일자리를 마련해줄 수 없고, 아무런 윤리적인 토대도 없고 안전하지 않은 도시로 그리고 타락한 부자와 권력자들이 여유 없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들의 즐거움을 과신하는 그런 도시로 아이들이 혼자 힘으로 살아가기 위해 떠나가는 때가 오면, 구원을 위한 어떤 위안이나 종교가 등장하는 법이다." 571 (종교만이 아니라) "인도주의적 기구들도 분파주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으며 교회처럼 서로 경쟁하는 분파들로 쪼개지고 있다. '...박애주의자들 사이의 전쟁은 전쟁 가운데 최악이다'라고 국경 없는 의사회'의 설립자인 베르나르 쿠슈네는 말했다. '발기인들은 재난을 당한 피해자들에 대한 통제권을 놓고 서로 싸우고, 함께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기로 해놓고는 자기들끼리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다.' 똑같은 믿음을 함께 나누는 일은 그 믿음의 해석을 놓고 싸우기 위한 준비였다는 것이 모든 역사의 경험을 통해 확인되었다. 협력은 공동의 목적이 별로 없는 사람들, 서로 경쟁자가 아닌 사람들, 누가 누구를 통제하느냐는 생각에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이루어졌다." 577 심지어 신념과 목적마저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효과적인 협력이 만들어진다는 말씀. "'영웅을 필요로 하지 않는 나라는 행복하다'라고 브레히트는 말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영웅이 사라진다면 사람들은 영웅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영웅들이 스스로를 신으로 착각했다. 겸손한 영웅이 부족했다. 그래서 반反영웅들이 탄생했다... 영웅들은 줄 줄도 알아야 하지만 받을 수도 있어야 한다... 영웅에게서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어느 정도 영웅이 되어야 한다. 용기가 있어야 한다. 영웅적인 관계는 용기를 주고받는 것이다. 누구나 속이지 않는 중재자가 될 수 있다." 586 저자는 앞쪽에서 중재자, 혹은 촉매를 사람의 가장 창조적인 역할로 제시하고 있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권위나 위계와는 거리가 먼 중재자가 새로운 정치인의 전형이라는 말이다. "복지 국가의 비개인적인 금전적 보상은 불공평함이라는 상처를 치유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허비된 인생을 적절하게 보상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가장 능률적이라는 미국에서조차 가난한 사람의 손에 1달러의 수입이 더 들어가는 데 7달러의 세금이 드는 실정이다... 두 눈을 다 뜨고 있어야만 사람들이 식량과 피난처, 건강, 교육만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파괴당하지 않는 일>과 <외로움을 몰아내는 것 이상의 관계>를 늘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간들은 하나의 개인으로 그 존재를 인정받아야 한다. 이 책은 그런 개인들의 역사에 관한 책이다." 587 이어서 "실제 모습 그대로의 개인들에 관한 경제학, 비이성적이고 이타적인 행동까지 포함시켜 계산하는 경제학, 사람들이란 근본적으로 늘 이기적이라고 가정하지 않는 경제학, 물질 중심의 세상에서조차 배타적으로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 성공이라고 이해하는 경제학의도움을 받아 인류의 업적들을 계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인류는 만족스러운 방향 감각을 찾을 수 있다. 이렇게 두 눈을 뜨고 있는 경제학이 현재 탄생중에 있다." 587 어디서 탄생하고 있는지는 설명이 안 보인다. "공적인 일에서 사적인 자기 집착으로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진실된 의미에서 공적인 것이란 어떤 것인지 즉 사람들이 함께 나눈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자각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고자 나는 노력했다. 개인적인 관심사가 무엇보다도 우선한다는 사실을 인류가 지금처럼 의식한 적이 없었고, 지구상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그런 생각이 공공연하게 표출되고 있다. 그것이 오늘날의 가장 독특한 점이다. 그러나 비록 개인적인 차이점들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함께 공유하는 것들을 찾아나선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출발점을 제공해줄 것이다." 589 저자는 앞쪽에서 사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페미니즘 정치학의 슬로건을 인용한 바 있다. http://cafe.naver.com/readandthink/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