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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와 출판::

줄 잇는 대형개발사업, 우리는 더 행복해질까? (과천마을신문 08.1.30)

오늘 받은 과천시대신문에 미국계 쇼핑몰 "포에버21"을 과천에 유치한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이에 관해 지적한 글을 연초에 쓴 일이 있어 올려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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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일이든 과천처럼 작은 도시의 일이든, 선거로 뽑힌 사람들의 관심은 주로 “큰일”들이다.

도로 놔주고 공장 유치하는 정치인이 유능하단 소릴 들었고, 요즘엔 해외자본 유치나 세련된 관광 프로젝트 따위가 아니면 명함을 내밀기가 힘들다. 정치인들 듣기 좋아하는 말이 “큰일 하셔야죠!”라든가?

큰일이 꼭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건 아니다. 대대로 농사짓던 땅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구멍가게들이 망하기도 하고, 딸아이와 거닐던 들길이 사라지기도 한다. 큰일일수록 어두운 쪽을 더 꼼꼼히 따져야 한다.

시의원이 되고서 보통의 정치에서는 소외된 작은 일에 더 관심을 가지려 애써왔다. 아이들 먹을거리, 가로수에 뿌리는 살충제, 여성 예산(아주아주 작다), 장애인 편의시설, 도서관, 비둘기 피해, 때로는 길고양이 대책까지. 하지만 이즈음의 과천은 큰일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과천을 완전히 낯선 곳으로 바꿀 듯 벌어지는 큰일들 때문이다. 우리 시가 추진, 혹은 계획 중인 대형개발사업 네 가지를 꼽아본다.

과천과 인덕원 사이의 한적한 전원 지역을 38만5천평의 첨단도시로 변모시킬 <지식정보타운>. 총 7,764억원을 투입해 4천여세대의 주거단지를 포함한 “미래지향적인 지식기반산업” 집적지역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과천동 일대 8만여 평에 들어설 <수도권 과천화훼종합센터>. 계획단계에 용역비 15억원이 투입됐고 총사업비는 3,3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른바 “마사회협력사업”이라 불리는 <경마공원 일원 개발구상>. 경마장을 중심으로 대공원역~과천역~관문체육공원~양재천~선바위역을 한바퀴 도는 환상형 관광벨트를 개발한다. 첫 사업인 선바위~경마공원 구간 183억원을 포함해 총 555억원이 소요된다.

마지막으로 역시 과천동 일대에 5만6천 평 규모로 계획 중인 <복합문화관광단지>. 문화, 체험, 호텔, 복합쇼핑몰 등이 결합된 도심형 테마파크(무슨 말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를 조성한다. 최근 미국에서 잘 나가는 동대문 스타일의 대형 의류업체인 “포에버21”이 입점 검토 중이란다.

올해 이 큰일들과 제대로 씨름하기 전에 몇 가지 의문을 던져둔다.

시민들이 접근하기 편한 중심상가는 공동화 되고 있다. 도시 바깥의 개발이 중심 상권의 몰락을 부채질 하진 않을까? 기존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이 걱정스럽다.

타당성 검토는 타당한가? 보고서에는 환경훼손이나 교통혼잡 비용은 고려돼 있지 않다. 개발로 잃어버릴 전원의 쾌적함과 자연환경은 공짜가 아니다. 국고지원을 받으면 수익성이 있다는 사업도 있다. 국가재정이 눈먼 돈인가?

관광의 “컨텐츠”는 무엇인가? 멋진 거리와 조형물은 관광의 주변환경일 뿐이다. 새로운 지식과 정보의 체험이 없는 관광이 지금 통할 리가 없다. 그리고 도대체 이 엄청난 사업들은 서로 어떻게 연계되는가? 여기도 아직 답이 없다.

그래서 결국, 이 사업들이 과천 사람들의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가? 무엇을 잃게 될지는 짐작이 간다. 얻을 것은 무엇인가? <과천의 신성장동력>을 만든다는 말은 너무 모호하다.

작은 일에 매달린 사이에 큰일은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래서, 과연 우리는 더 행복해질까? 우리 시는 이런 질문이 낯선 까닭에 답을 잘 해주지 못한다. 우리가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공감이 시민들 사이에 자리 잡기 전에 함부로 우리 잠재력을 개발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민들과 시의회가 질문하고 답을 얻을 수밖에 없다. 올 한해는 우리도 큰일에 관심을 가져보자.

맑은내칼럼 <과천마을신문> 28호 / 2008.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