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문에서 쓰러진 새만금 삼보일배
서형원 / 녹색정치준비모임 편집위원, 중앙동 주민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던진 사람들, 폭력에 호소하지 않는 이들이 선택한 역사상 가장 평화롭고 절박한 싸움. 세 발짝 걷고 한번 절하는 고행으로 전북 부안 새만금 갯벌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310킬로미터를 가는 삼보일배 수행단이 서울로 가는 고갯길, 남태령을 앞두고 과천 관문체육공원에 머물러 있다. 이미 남태령 정상에 있었어야 할 그들이다. 그러나 남태령을 눈앞에 두고 이번 수행을 제안했던 수경 스님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옛말에 한양에 들어가려면 과천부터 기어간다고 했던가? 정말 이 사람들은 서울로 기어서 입성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의 위세는 예나 지금이나 대단하지만 삼보일배 순례단에게 서울은 거대한 생명 파괴의 도시이자 탐욕의 도시이다. 국토 곳곳을 멍들게 하며 암세포 같은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서울의 위세를 무너뜨리러 서울로, 서울로….
스님과 문규현 신부, 김경일 원불교 교무와 이희운 목사를 앞세운 600여명의 삼보일배 순례단은 지난 20일 과천에 들어와 정부종합청사 앞 도로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21일 다시 서울로 향했다. 관문체육공원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후 수행을 시작한지 20여분만에 전날부터 식사도 하지 못할 만큼 탈진한 수경 스님이 기어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삼보일배 순례단은 23일에 다시 출발하여 남태령을 넘을 예정이다. 25일 여의도 국회에서, 31일 광화문에서 수천 명, 혹은 수만 명의 시민들과 함께 하는 집회가 계획되어 있다. 순례단이 서울에 다가가면서 이들의 말없는 외침에 눈물 흘리며 동참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중앙 언론에서 연일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 변방에서 시작한 생명의 외침이 이 나라 중심의 큰 울림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무사히 광화문에 도달하기를 빌 뿐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새만금 갯벌은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예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광활하고 많은 생명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서해안에 아직도 물고기가 잡히고 꽃게가 나는 것은 이 갯벌이 풍부한 영양분을 제공하고 오염물질을 제거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라고 예외일까? 대대로 이곳 갯벌은 수만 명 어민들의 젖줄이었다. 시베리아에서 호주까지 날아가는 철새들도 새만금 갯벌이 없이는 먹이를 얻을 곳이 없다. 농지를 만든다는 간척사업 때문에 이들 모두가 살 곳을 잃게 된다. 벌써 몇 년 전부터 쌀이 남아돌아 걱정이고 육지에서는 금싸라기 같은 농지가 버려지고 있는데 말이다.
수조 원의 세금이 들어갈 간척사업으로 이득을 볼 사람들이 왜 없겠는가? 그 이득이 아무리 크다 한들 갯벌을 잃음으로써 빼앗길 어민들의 생계, 수억 생명의 삶, 후손들의 미래보다 크겠는가? 노무현 대통령조차 농지를 만든다는 명분은 사라졌다고 확인한 마당에 목적조차 알 수 없는 사업이 이미 누릴 만큼 누려온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계속돼야 하겠는가?
한때는 전라남도에서 갯벌을 지키는데 앞장섰던 사람이 지금은 새정부의 농림부장관이 되어 간척사업을 강행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 위에는 해양부장관 시절 최선을 다해 새만금 사업을 막아보겠다고 공언하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 있다. 이 때문에 삼보일배 순례단의 얼굴이 어둡다. 길이 멀고 고행이 힘겨워서가 아니다.
어차피 이 분들은 주먹보다는 기도하는 손을, 구호보다는 묵언을 택했다.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사람들은 기적을 꿈꾸고 있다. 상식이 이기는 기적을.
삼보일배 홈페이지 www.3bo1bae.or.kr
([과천21] 2003.5)
서형원 / 녹색정치준비모임 편집위원, 중앙동 주민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던진 사람들, 폭력에 호소하지 않는 이들이 선택한 역사상 가장 평화롭고 절박한 싸움. 세 발짝 걷고 한번 절하는 고행으로 전북 부안 새만금 갯벌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310킬로미터를 가는 삼보일배 수행단이 서울로 가는 고갯길, 남태령을 앞두고 과천 관문체육공원에 머물러 있다. 이미 남태령 정상에 있었어야 할 그들이다. 그러나 남태령을 눈앞에 두고 이번 수행을 제안했던 수경 스님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옛말에 한양에 들어가려면 과천부터 기어간다고 했던가? 정말 이 사람들은 서울로 기어서 입성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의 위세는 예나 지금이나 대단하지만 삼보일배 순례단에게 서울은 거대한 생명 파괴의 도시이자 탐욕의 도시이다. 국토 곳곳을 멍들게 하며 암세포 같은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서울의 위세를 무너뜨리러 서울로, 서울로….
스님과 문규현 신부, 김경일 원불교 교무와 이희운 목사를 앞세운 600여명의 삼보일배 순례단은 지난 20일 과천에 들어와 정부종합청사 앞 도로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21일 다시 서울로 향했다. 관문체육공원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후 수행을 시작한지 20여분만에 전날부터 식사도 하지 못할 만큼 탈진한 수경 스님이 기어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삼보일배 순례단은 23일에 다시 출발하여 남태령을 넘을 예정이다. 25일 여의도 국회에서, 31일 광화문에서 수천 명, 혹은 수만 명의 시민들과 함께 하는 집회가 계획되어 있다. 순례단이 서울에 다가가면서 이들의 말없는 외침에 눈물 흘리며 동참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중앙 언론에서 연일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 변방에서 시작한 생명의 외침이 이 나라 중심의 큰 울림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무사히 광화문에 도달하기를 빌 뿐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새만금 갯벌은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예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광활하고 많은 생명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서해안에 아직도 물고기가 잡히고 꽃게가 나는 것은 이 갯벌이 풍부한 영양분을 제공하고 오염물질을 제거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라고 예외일까? 대대로 이곳 갯벌은 수만 명 어민들의 젖줄이었다. 시베리아에서 호주까지 날아가는 철새들도 새만금 갯벌이 없이는 먹이를 얻을 곳이 없다. 농지를 만든다는 간척사업 때문에 이들 모두가 살 곳을 잃게 된다. 벌써 몇 년 전부터 쌀이 남아돌아 걱정이고 육지에서는 금싸라기 같은 농지가 버려지고 있는데 말이다.
수조 원의 세금이 들어갈 간척사업으로 이득을 볼 사람들이 왜 없겠는가? 그 이득이 아무리 크다 한들 갯벌을 잃음으로써 빼앗길 어민들의 생계, 수억 생명의 삶, 후손들의 미래보다 크겠는가? 노무현 대통령조차 농지를 만든다는 명분은 사라졌다고 확인한 마당에 목적조차 알 수 없는 사업이 이미 누릴 만큼 누려온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계속돼야 하겠는가?
한때는 전라남도에서 갯벌을 지키는데 앞장섰던 사람이 지금은 새정부의 농림부장관이 되어 간척사업을 강행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 위에는 해양부장관 시절 최선을 다해 새만금 사업을 막아보겠다고 공언하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 있다. 이 때문에 삼보일배 순례단의 얼굴이 어둡다. 길이 멀고 고행이 힘겨워서가 아니다.
어차피 이 분들은 주먹보다는 기도하는 손을, 구호보다는 묵언을 택했다.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사람들은 기적을 꿈꾸고 있다. 상식이 이기는 기적을.
삼보일배 홈페이지 www.3bo1bae.or.kr
([과천21] 20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