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별첨 공약은 전망부재, 현안엔 묵묵부답 -- 제15대 국회의원 총선거 4당 정책공약의 환경성 평가 무더기로 환경파괴 악법이 통과된 작년도 국회를 볼 때 환경에 관한 한 우리 정치의 현실은 암담하다고 할 수 있다. 국회의원 총선거를 맞은 각 정당은 어느 때 보다 많은 환경공약을 내어놓았다. 알곡과 쭉정이를 제대로 가려내기 위해 4당 정책공약 전반의 환경성을 평가해보았다. ⊙ 그래도 거스를 수 없는 물결 신순범 의원은 운이 없었던 편이다. 평소 ‘관행’에 불과한 돈 몇푼 챙겼다고 금뱃지를 포기해야 했으니 말이다. LG 호유해운 같이 남해바다를 다 죽인 오염기업에게 어떻게 검은 돈을 받을 수 있냐고 해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를 피해가는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스키장을 대대적으로 지어 동계국제경기를 유치해야 나라의 위신이 선다고 목청을 높이는 다른 의원들도 멀쩡하게 당선을 자신하고 있지 않냐고 말이다. 아뭏든 비단 신의원의 예가 아니더라도 정치인과 환경의 관계는 아직은 악연에 가깝다. 작년 하반기에만 해도 ‘국제경기대회유치특별법’을 비롯해 환경규제를 완화해 기업의 경쟁력을 살려보자는 발상에 근거한 ‘수질환경보전법,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 폐광산간지역을 아예 카지노 도박촌과 스키장 등 위락지구로 개발하자는 ‘폐광지역개발특별법’ 등 환경파괴 법안이 무더기로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환경에 관한 한 우리 정치의 현실은 암담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물결이 있다. 그것은 삶의 질과 환경가치가 중시되는 21세기로 흐르는 큰 물결이다. 후보자마다 환경에 관련된 경력을 내세우려 하고 정당마다 ‘그린’, ‘녹색’, ‘푸른’을 내세우는 것을 보면 정치인들도 이제 환경이미지를 앞세워야 당선될 수 있다고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선거는 다가왔고 결과는 시민들이 책임져야 한다. 알곡과 쭉정이를 가려내어 ‘생명의 21세기를 열 환경정치인’을 만드는 일은 환경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몫이다. ⊙ 4당 정책에 대한 총평 이번 선거는 삶의 질과 녹색사회 실현이 중심가치가 될 21세기를 대비하는 국회의원 총선거라는 면에서 새롭고 참신한 전망이 제시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이에 화답하듯 4당은 더 많은 노력과 지면을 환경정책분야에 할애하고 있으며 대외적으로 ‘그린’, ‘푸른’, ‘녹색’의 정치를 주창하여 친환경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대부분 별도의 장, 절을 내어 환경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환경부분의 정책공약만을 떼어놓고 보면 모든 정당이 환경우선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듯하다. ▷ 신한국당 : 온 국민이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 국민회의 : 지구를 어머니로 생각하고 지구상의 모든 존재를 형제자매로 생각하는 ▷ 민주당 : 환경과 개발이 조화된 경제 계획과 국토이용 계획 수립 ▷ 자민련 : 환경영향평가제 정착, 범국민적 환경운동의 전개 따라서 이번 4당 정책공약 평가는 독립된 환경분야 뿐만이 아니라 전체 정책공약의 환경성에 대한 평가가 되었다. 득표를 위한 끼워넣기식 공약이 아닌 책임있는 정책정당의 소신과 철학의 소산으로서의 정책공약을 평가해야 했기 때문이다. 평가의 결과는, 전망의 부재, 현안에 대한 무입장, 정책일관성의 상실로 요약되었다. ○ 철학과 전망 : 삶의 질과 녹색사회 실현이 중심가치가 될 21세기를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철학과 전망이 없다. 최소 88개(자민련), 최대 300개(국민회의) 항목의 공약이 나열되어 있으나 정작 각 정당이 국민 앞에 제시하는 21세기 한국사회의 총체적인 전망은 제시되지 않았다. 총론이 담긴 前文을 갖춘 공약집도 볼 수 없었다. 그나마 제시된 철학도 ‘경제제일주의’(국민회의), ‘보수주의의 실천’(자민련)과 같이 삶의 질과 녹색사회를 실현하는데 적합한 이념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나머지도 추상적인 구호에 그치거나(‘세계일류국가 건설’, 신한국당) 친환경적 전망이 정책공약 전반에서 일관되게 관철되지 못한(‘환경과 개발이 조화된 경제계획과 국토이용계획’ 민주당) 내용이었다. ○ 환경 현안 : 낙동강 위천공단 건설 문제, 국제경기유치특별법 등 각종 환경파괴법 등 시급한 환경파괴 현안에 대한 입장을 회피하고 있다. 정작 민감하고도 중요한 환경파괴 현안들에 대한 책임 있는 입장은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각당이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득표를 위해 고의로 내놓지 않음으로서 국민을 기만하고 환경오염을 방치하는 혐의가 있다고 본다. 겉치레가 아닌 환경공약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위천공단 문제, 국제경기유치특별법, 환경분야규제완화, 소각위주 쓰레기 정책, 골프장의 산림파괴 등 그나마의 자연환경을 백척간두에 몰아놓고 있는 현안에 대한 책임 있는 대안을 가장 먼저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경우 폐광지역개발지원특별법을 환경보호우선으로 개정, 동계국제대회유치에 관한 특별법 폐지, 스키장·골프장 건설 억제 등의 정책을 내놓은 것이 소신있는 환경정책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 정책 일관성 : 환경정책과 경제정책, 국토개발정책이 일관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 4당의 환경공약은 전체 정책공약 중에서 섬처럼 고립되어 있다. 환경문제의 해결은 배출되는 오염물질에 대한 규제보다 오히려 경제정책, 국토개발정책 등의 환경성에 달려있다. 그러나 ‘저개발지구 집중개발’(신한국당), ‘부실공사 추방’(민주당) 등의 공약은 있어도 개발에 대한 환경적 고려는 없고 ‘그린GNP, 환경친화적 산업구조로 전환’(국민회의) 등의 친환경적 공약이 단서조항 없는 ‘행정규제 대폭 완화’ 공약과 나열되어 있는 형국이다. 참고로 각 정당의 경제개발관련 공약과 환경공약의 항목수를 비교하였을 때 신한국당의 경우 경제공약이 환경공약에 비하여 10배나 많다. 차이가 가장 적은 민주당의 경우가 5.6배에 달한다. (별표 1) ⊙ 각 정당별 정책공약의 환경성 평가 ▶ 신한국당 ▪ 짜깁기 환경공약 : 가장 많고 자세한 환경공약이 나열되어 있으나 현 환경부의 계획과 거의 동일. 특별대책지역 지원, 지하생활공간환경관련법안, 제작차 배출허용기준 강화, 소음측정망 확대, LNG 보급 지역확대, 재활용기반시설설치 확대, 연안역관련법안 등은 이미 환경부를 비롯한 행정부에서 진행하고 있거나 진행하고자 하는 내용으로서 공약을 위한 공약 이상의 가치가 없다. 집권당으로서 새로운 전망과 대안을 제시하는데 실패했다. ▪ 환경행정 개선 외면 : 현재 물관리, 국립공원관리, 해양환경 등의 환경행정이 건교부, 내무부, 산림청, 문체부, 항만청, 지자체 등에 혼란스럽게 분산되어 있는 등 환경행정의 통합, 정비가 시급한 과제로 되고 있다. 국민회의나 민주당은 당면한 과제로서 물관리 행정 통합 등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정작 집권당인 신한국당은 환경행정분야에 대해 단 한 가지의 개선 방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 환경파괴 우려되는 규제완화 추진 : 경제행정규제완화의 한 부분으로 추진되고 있는 환경분야 규제완화는 ‘사전예방의 원칙’을 포기하여 눈앞의 경제논리를 위해 환경을 희생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한국당은 아무 유보 조건 없이 행정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환경을 담보로한 기업활동의 자유는 환경과 기업, 국민경제 모두에 악영향을 미친다. ▪ 그밖에 소각시설 설치를 확대한다는 공약은 감량과 재활용을 극대화하고 최소한을 소각, 매립한다는 폐기물 정책의 기본을 벗어남은 물론,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검출되는 등 소각장에 관한 치명적인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 건강권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로 지적할 수 있다. ▶ 새정치국민회의 ▪ ‘경제제일주의’에 주눅든 환경공약 : 국민회의 정책공약의 핵심은 ‘경제제일주의’이며 그 내용은 대기업 활동의 전적인 자율화와 세계기업화, 중소기업 지원, 행정규제 대폭 완화, 적극적인 대외투자 추진 등을 통한 세계 5대 경제대국 실현으로 요약된다. 경제공약에 ‘환경친화적인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포함되어 있으나 좁은 국토를 가진 한국사회의 전망을 규모면에서 세계 5대 경제대국으로 설정하는 것과는 상충될 가능성이 크며, 대기업 활동의 과감한 자율화와 행정규제 대폭 완화 등에서는 대규모 환경파괴의 가능성도 예측된다. ‘그린GNP’, ‘생태다리,통로’ 등 비교적 특색있는 제안도 ‘경제제일주의’에 주눅이 들 수 밖에 없다. ▪ 자연생태 지역에 대한 개발위주 정책 : 그나마 생태계 보존 상태가 좋은 한강이북 지역에 대한 개발, 설악산-금강산 지역에 대한 국제적 관광특구 개발 등의 공약은 현재 남아 있는 자연생태 지역의 훼손은 물론, 통일 이후의 자연생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외의 국토개발 공약도 자연환경보전 방안에 대한 언급이 없이 개발 일변도로 되어 있는 문제점이 있다. ▪ 시민역할 증대 방안 미흡 : 환경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소비자, 피해자, 감시자인 시민의 참여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민회의는 환경행정자료 정보 공개, 오염현장의 시민감시기능 활성화를 공약에 담았는데 시민환경운동이 활성화되고 있는 현재 구체적인 대안이라 보기에는 대단히 미흡하다. 최소한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결정 과정에 시민환경단체의 참여를 제도화 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 민주당 ▪ 그 동안 시민환경운동이 주장해온 환경문제 해결의 원칙과 정책을 최대한 수용하고 있어서 환경공약 내용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골프장·스키장 건설 억제, 소각위주 쓰레기정책 수정, 시민단체3자조정신청제도 등) ▪ 정책일관성 부재 : 환경분야 공약에는 환경과 개발을 환경보전 중심으로 조화시키고 있으나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국토개발분야의 공약에는 단 한줄의 환경적 고려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민주당의 교통정책, 경제정책 등에서도 마찬가지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정책공약 각 분야간 조정을 거치지 못하여 정책역량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 에너지 정책의 반환경성 : 환경분야 공약에서는 선언적이나마 환경친화적 대체에너지 개발이 제시되어있다. 그러나 정작 과학기술분야의 에너지 정책은 핵에너지의 지속적 확대를 전제로 만들어져 있다. 핵에너지는 전세계 민간환경단체들과 시민들에 의해 가장 환경파괴적인 에너지로 지탄받고 있다. 더구나 안정성도 입증되지 않은 국내 원자력 기술의 해외수출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은 녹색정당을 표방한 바 있는 민주당 정책공약의 환경성에 치명적인 결점이다. ▶ 자유민주연합 ▪ 평가 불가능한 추상적 공약 : 환경공약을 평가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구체적인 환경공약이 아예 없이 추상적인 항목만 나열되어 있다.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신봉하기에 정부의 환경문제에 대한 역할도 구색 수준으로 축소된 듯한 느낌을 준다. (추상적인 공약 사례 : ‘폐기물의 재자원화를 적극 추진한다.’ ‘연근해 기름유출사고에 대한 방제체계를 강화하여 해양자원을 보호한다.’ ‘환경라운드에 대비하여 핵심적 환경기술개발을 지원한다.’) ▪ 대기, 자연생태, 에너지, 지구환경보전 분야에 대한 정책공약 부재 : 그나마 나머지 3당이 나름대로 대안을 내놓고 있는 대기환경과 자연환경, 에너지 분야에 대해서는 언급도 없고 항목도 없다. ⊙ 투표장에 가기 전에 전화 한 통화를 두꺼운 정책자료집은 더 잘 살고 더 깨끗한 내일에 대해 얘기하지만 정작 연일 지면을 채우고 있는 오늘의 선거 소식은 듣기 괴로운 말들로 채워져 있다. 어느 지역은 어느 당이 싹쓸이 한다느니 누구는 시계를 돌리고 누구는 그걸 고발했다느니 하는 말들이다. 표 떨어뜨릴 지 모를 지역의 민감한 환경사안은 여전히 외면되고 있다. 대다수 언론의 관심은 몇몇 정치지도자의 힘겨루기에 매달려 있고 실제 이번 선거의 객관적 의미는 그것에 국한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도자가 앞을 내다볼 줄 모른다고 해서 시대의 흐름이 늦춰지는 것은 아니다. 가정마다 배달되는 후보의 홍보물에는 선거사무소의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투표장으로 향하기 전에 한번쯤 확인해보자. ‘주차난 해소 대책은 잘 세워놨던데 그럼 공기를 맑게할 대책은 뭐요?’, ‘아까운 산에 꼭 스키장을 지어야겠소?’, ‘당선되서 금뱃지 달면 큰 차로 바꿔타고 다니는 것 아니오?’ 누군가는 어지러운 속에서도 현명하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것이 새로운 세기를 향한 입장료를 지불하는 일이다. 분석자료 신한국당 「제15대 국회의원선거 공약 - 세계일류국가 건설을 위한 우리의 실천약속」 1996.3.8. 새정치국민회의 「제15대 총선 300대 공약」 1996.3.7. 자유민주연합 「작은 약속 큰 실천 - ‘국민을 便安케 하는 政治와 보람된 삶’을 위한 15대 총선 공약」 1996.3.9. 민주당 「민주당 제15대 선거 공약집 - 민주당이 이겨야 나라가 산다.」 1996.3. (9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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