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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마음

[옛홈피07.2.25] 혼자 지내는 주말

할까 말까 망설이다 이불, 요, 베개, 쿠션을 털고 났더니 이제 마음이 좀 개운하다. 아까 방 쓸 때 먼지 날리던 것이 영 신경 쓰였나보다.

이제 우아하게 커피 한잔 하며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고 싶은데 랜선이 식탁까지 오질 않는다. 아예 안방 침대에서도 쓸 수 있도록 15미터 짜리 랜선을 구해얄까보다.

집안 일 중 제일 하기 싫은 일은 단연 다리미질이다. 다리미질과 나는 제법 악연이다. 다리미질에 소질이 없다는 걸 깨달은 건 군 시절. 군복 하나 다리는 데 30분 넘어 걸리니 고참들 눈초리가 심상치 않다. 얼룩무늬 군복이야 대충 다린다 해도, 영외복지시설로 쫓겨나 나비넥타이 매고 서빙하던 시절, 매일 와이셔츠와 양복바지를 다려야 하는데, 땀만 뻘뻘 흘릴 뿐 어찌 해야 말끔히 끝낼 수 있는 건지 통 손을 놓을 줄을 몰랐다. 여기 다리면 저기 구겨지고... 척척 다리고 적당히 넘어가야 하는데 그게 참... 아이고 왠 샛길...

빨래 하고, 널어 말리고, 다리미질 하고, 개서 넣어두고, 보리차 끓여 식히고, 청소도 하고... 뭐 대략 개운하다.

혼자 있는 일이 어색해 밤이면 사람이 그립다. 이 녀석이 전화도 안 하고 뭐하지... 이 놈 저 놈 떠올리며 이런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혼자 있는 첫 주말. 금욜 밤부터 꾹 참고 일찍 들어와 책 읽고 일찍 자고, 그것도 제법 괜찮다. 어제 오늘 낮엔 노트북 들고 도서관에 가 책도 보고, 이것저것 일도 처리하고, 사람 구경, 날씨 구경. 그것도 평화롭다.

아침 밥이 딱 반공기 남았는데 해둘까, 대강 먹을까. 글쎄...
근데 박가 이 녀석은 왜 아직 전화를 안 하는 거야... 먼저 전화를 해볼까 기다려볼까...
아이구 마눌한테 전화부텀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