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와 출판::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더 많은 기회를 (과천문화신문 08.3.24)

서형원 2010. 2. 10. 21:12
방과후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납니다.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적절한 돌봄을 받기 어려운 친구들입니다. 중학생, 초등학생과 공부를 하기도 하고 요즘은 아이들과 음악 수업을 합니다. 초등학교 운영위원으로 참여해 아이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학부모님들과 특기적성 교육을 모니터링 하거나 급식 현장을 살펴보기도 합니다.

우리 시의 일을 맡으면서 항상 세 가지 방향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이웃과 더불어 사는 마을, 자연의 소중함을 가꾸는 마을, 우리 자신보다 아이들의 미래를 먼저 살피는 마을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은 아이들입니다.

우리 사회가 제법 잘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해외에 나가보면 한국인 여행객의 물결과 현지인들의 태도로 이런 변화를 실감하게도 됩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눈을 돌려보면 우리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함께 음악 수업을 하는 아이들 중에 가끔 저를 깜짝 놀라게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리듬감이나 선율에 대한 이해가 남 다른 아이들도 있고 풍부한 감정을 노래에 담을 줄 아는 친구도 있어 바싹 긴장을 하게 됩니다. 경제 환경이나 시험성적과는 별 관계없이 음악적 소질을 보여주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피아노 과외 한번 받지 못한 아이들이 말입니다.

어제 방과후 선생님과 ‘우리는 그 많은 음악시간에 도대체 뭘 했을까?’하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매주 한두 시간 씩 음악수업을 받았으면서도 기억날만한 게 거의 없더군요.

언젠가 캐나다 교육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참 부럽다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학교 음악시간에 재능이 눈에 띄는 아이가 있으면 전문적인 지도자와 연결을 해주고 거기서 더 재능을 발휘하는 아이는 또 더 높은 수준의 전문가 과정으로 이끌어주고 있더군요. 공교육에서 말입니다.

음악의 경우만이 아닐 것이고 캐나다만 특별한 아닙니다. 부모가 굳이 학원을 보내지 않아도 아이들이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찾아내 그 아이의 미래로 가꿔주는 일 ― 이를 위해 공교육이 있는 것이겠지요. 이 일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그 사회의 미래가 얼마나 풍요로워질지 결정될 거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특별한 재능을 잠깐이라도 느낄 때, 기쁘기도 하지만 답답해지기도 합니다. 선생님들이나 부모님들에게 그 아이가 음악에 소질이 있더군요, 한마디 해드리는 것 말고는 당장 별로 도울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아이들이 도저히 경쟁이 안 되는 공부와 시험 스트레스로 자기 미래를 소진한다고 생각하면 가끔은 암담한 마음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 시는 교육을 지원하는 별도의 부서를 두고 있고 관련 예산의 규모도 작지 않은 편입니다. 학교의 특기적성 교육을 지원하기도 하고 원어민 영어교사를 지원하기도 하며 어려운 아이들의 방과후 학교를 지원하는 예산도 다른 자치단체만큼은 됩니다.

이 정책들이 실제로 아이들의 미래에 더 많은 기회를 열어주는 데 기여하려면, 예산의 크기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정책 담당자들이 더 많은 시간동안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그 아이들의 생활과 재능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담배연기 자욱한 피시방에서 부모님 주민번호로 접속한 잔인한 게임에 몰두하면서 그 나이에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를 겨우 풀어가는 아이들에게 과천 사람들이 조금 더 관심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아이들의 미래에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습니다. 짧은 지면을 넘어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의정시론 <과천문화신문> 323호 / 2008.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