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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청소년수련관, 지금은 어른들이 도와줘야 할 때 (과천문화신문 07.12.15)

서형원 2010. 2. 10. 21:10
과천문화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마음과 달리... 부드럽게 쓰느라 고생했네요. ^^;;




청소년수련관, 지금은 어른들이 도와줘야 할 때

서형원 / 과천시의회 의원


12월 1일, 과천시청소년수련관이 드디어 문을 열었다. 새벽 6시, 문을 열자마자 수련관을 방문했다. 토요일마다 함께 농구를 즐기던 아빠들, 청소년들과 체육관에서 운동도 즐기고 개관 현장도 꼼꼼히 둘러보고 싶었다.

과천에서는 처음 실내체육관을 이용해보는 터라 조금 설레기도 했다. 어른과 청소년들이 어울려 땀을 흘리다보니 체육관 한쪽 벽 전체를 채운 창문으로 해가 떠오르고 날이 밝아왔다. 묘한 기분이었다.

이날 청소년들이 말하길, 시민회관 체육관에서는 한쪽 구석으로 밀려 늘 옹색했다고 한다. 또 다른 아이들이 말하길, 애니메이션 성우가 되고 싶었지만 막연하기만 했었는데 이제 수련관에 동아리 신청을 하겠다고 한다. 청소년수련관의 체육관, 스튜디오, 공연장, 동아리 방에서 이 아이들은 갇혀있던 에너지와 희망을 맘껏 풀어놓을 수 있게 되었다. 청소년들의 활동 터전이 이제 몸은 갖춘 셈이다.

그러나 이 커다란 수련관을 잘 가꾸어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리시 청소년수련관은 원래 전문기관에 위탁운영 할 계획이었고 위탁기관도 거의 확정된 바 있지만, 마지막에 시가 직접 운영하고 공무원들이 운영 책임을 맡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부족한 전문성으로 급하게 준비하다보니 거대한 하드웨어에 비해 그 내용과 준비상태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

새로운 프로그램이 없다. 이미 다른 부서에서 하던 각종 캠프가 수련관으로 넘어와 있을 뿐이고, 전국마술경연대회 하나가 새로 눈에 띌 뿐이다. 직업체험센터, 다문화체험센터, 세계요리교실, 지구시민 리더십 훈련, 청소년 인권센터, 생명평화 영화제, ‘Hello! Asia’, 돌발영상 제작프로그램 등등, 당초 위탁 심사에서 선정되었던 청소년시민단체가 제시했던 사업들과 비교할만한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런저런 강좌가 잔뜩 늘어났지만 사교육 대행기관을 만들자고 수련관을 지은 건 아니다.

수련관의 주인공인 청소년을 끌어들이고 자발적인 활동을 촉진할 계획도 아직 보이지 않는다. 청소년을 잘 모르는 공무원들이 지금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저 당황해하고 있다는 게 솔직한 느낌이다. 작년에 의회연수로 방문했던 일본 도쿄의 유스기나미라는 청소년센터에는 무려 500개의 동아리가 등록되어 활동하고 있었다. 운영의 모든 것을 청소년들이 결정하고 이끌어가며 직원들은 이를 뒷받침해준다. 시설규모는 우리 수련관의 절반도 안 되지만 속이 꽉 찬 일본 최고의 청소년공간이었다.

전문성 부족은 예상한 일이지만, 이 수련관은 청소년의 공간이고 수련관의 직원은 이들을 돕기 위해 일하고 있다는 기초적인 마인드도 아직 자리 잡지 못했다. 청소년 활동을 위해 어른들은 아쉽지만 양보해야 한다는 당연한 운영원칙을 놓고도 여전히 고민 중이다. 다른 사람이 아닌 수련관의 관장, 팀장, 직원, 강사라면 당연히 어른들에게 ‘죄송합니다만’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아쉬운 점은 많지만 드디어 이 공간을 마련했다는 기쁨이 정말 크다. 수련관을 우리 아이들 스스로의 것들로 가득 채우자. 공부와 진학, 어른들이 시키는 일에 둘러싸여 자라나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 자신의 신선한 에너지, 창의, 환호, 우정으로 말이다. 이런 수련관을 만들기 위해, 지금은 어른들이 조금 나서줘야겠다.


과천문화신문 2007.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