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와 출판::
기름바다에서 녹색정치 만들기 (96.3)
서형원
2010. 2. 9. 23:10
<기름바다에서 녹색정치 만들기>
남해바다와 검은 커넥션
작년 지방자치 선거를 앞두고 환경운동연합에 제출된 글의 일부이다.
“시장이나 지사가 직접 선거에 의해 선출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지방 환경의 보전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략) 지방 의회나 시장을 건설업자, 부동산업자, 청소업자가 점유하고, 혹은 그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세력이 지방 정치를 좌지우지한다면, 그들은 지역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생활 환경을 파괴하고 대기업 본위의 생활 지배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같이 개발주의자가 주도하고 또는 그들과 결탁한 정치적 연합체를 ‘자본개발연합’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이시재 정책위원장 ‘시민환경연합의 형성을 위해’)
‘자본개발연합’이란, 말하자면, 검은 돈을 매개로 하는 ‘환경파괴의 커넥션’이다.
남해바다를 기름으로 뒤덮었던 시프린스호 사건이 결국 ‘오염 기업-부패 행정관료-속물 정치인’ 3자간의 전형적인 ‘환경파괴 커넥션’으로 터져나왔다.
<그램 : 시프린스호 사건의 환경파괴 커넥션(생략)>
어찌보면 이런 뒷거래는 늘 있던 일이다. 기업은 목표는 돈벌이고 사소한 문제는 돈으로 해결하면 그만이었다. 정치인이 돈을 받는 것은, 신의원 말마따나, 정부지원이 적었기 때문에 묵인되던 관행이었다. 경찰과 관청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수고비를 받았을 뿐이고 정기적인 상납을 위해서도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죽어나는 것은 고기잡고 농삿일하는 백성들이라 해도, 썩어가는 것은 초록 바다 맑은 공기라 해도, 그저 소리 없는 외침이었을 뿐이다.
환경 죽이는 정치
어찌됐든 오늘은 코앞에 닥친 선거 얘기를 해야겠다. 금세기 마지막 임기를 채울 국회의원 선거이다. 환경운동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들은, 환경단체의 회원이든 필자처럼 전업 운동가든, 21세기는 환경과 생명이 우선 가치로 등장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믿고 노력해왔는데 그렇다면 이번에 뽑힐 국회의원들은 녹색생명의 21세기를 설계할 선량들이 되는 셈이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각 당은 모두 ‘그린’, ‘녹색’, ‘푸른…’ 등의 수사를 동원하여 녹색이념을 표방하고 젊은 세대와 환경을 고려한다는 이벤트를 연출하고 있다.
그러나 재수가 없었던 신의원이 공천에서 탈락됐다고 해서 이런 치장이 진실이 될까?
최대의 현안이 되고 있는 낙동강 위천공단 건설에 대한 각 당의 태도는 우리 정당의 열악한 정책능력과 인식수준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집권당의 선거책임자들은 서로 대통령을 팔아가며 공단 건설이 확정되었느니 ‘절대’ 안될 것이라느니 제각기 주장하며 지역감정에 편승한 표얻기에만 몰두하고 있고 정작 중앙당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집권당만이 아니라 4당 모두 낙동강 상·하류 주민들의 분노 사이에서 득표를 위한 줄타기만 계속할 뿐 아무런 책임있는 입장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필자와 환경련은 각당이 위천공단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고의로 내놓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4당은 오로지 득표를 위해 국민을 기만하고 있으며 그 덕에 이미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1,000만 주민의 상수원에는 최후의 결정타가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얘기를 펼치자면 비단 남해바다와 낙동강만이 아니다.
국제 스키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수천년 걸쳐 형성된 산림을 까내려도 아깝지 않다는 주장이 대세가 되어 통과된 ‘국제경기대회 유치 특별법’이나, 환경규제를 완화해서 기업 경쟁력을 살려보자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에 근거해 통과된 ‘수질·대기환경보존법’ 개정안, 그나마 생태계의 제모습을 이어오던 민통선 일대마저 일단 개발하고 보자고 제안된 ‘경기북부지역 개발 특별법’, 폐광 산간지역을 아예 카지노 도박촌으로 만들어 돈을 벌자는 ‘폐광개발특별법’ -- 국회에서 망치 두드리는 소리는 곧 환경이 무너지고 생명이 시드는 소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녹색후보와 새로운 시대를 향한 입장료
하지만 여전히 주목해야 할 것은 이미 형성되어 거스를 수 없게된 거대한 물결이다. 그것은 성장 제일의 구시대에서 삶의 질과 생태가치가 중시되는 시대로 흘러가는 물결인데, 선거에 있어서는 “후보의 환경성이 유권자의 중요한 투표 기준으로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작년 지방자치 선거에서 본격화되었다. 필자는 작년 선거 때에 한 환경후보의 선거를 지원하고 있었는데 최근 몇 년간 이뤄진 시민환경의식의 향상은 엄청난 것이었다. 여섯명의 시장후보와 수십명의 시·도의원 후보들이 녹색의 경연이라도 하듯 대부분 자칭 환경후보 혹은 ‘그린맨’으로 나선 것이다.
자칭 환경후보들은 염불보단 잿밥에 관심이 있는게 현실이고, 내놓는 환경공약이라는 것도 조그만 도시에 몇만대 용량의 주차장을 짓고 수만명이 몰리는 종합운동장을 지으면서도 대기오염은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황당한 이야기들이지만 유권자의 투표성향에 민감한 후보자들이 느끼는 거역할 수 없는 변화가 바로 ‘이제 환경 이미지를 내세우지 않으면 안되겠구나’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치가 점점 소수의 집권욕을 위한 어리석은 잔치가 되어 가고 선거는 말만 무성할 뿐 모두 속빈 강정처럼 보이는 바로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이번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대부분의 후보들이 ‘그린맨’을 자칭할 것이다. 수많은 쭉정이 그린맨 사이엔 몇몇 진짜 녹색후보도 있을 것이다. 그럴듯한 환경공약이 땅과 물과 생명을 죽일 잘못된 개발공약과 뒤섞여 있을 것이다. 그 중 어떤 공약은 지켜지고 어떤 공약은 ‘空約’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알곡과 쭉정이를 꼼꼼히 골라내어 이웃에 알리는 정성스러움, ‘空約’이 될 수도 있는 환경정책이 제대로 실현되게 하는 끈질김, 결국 ‘생명의 시대를 열 녹색정치인’을 만드는 일이 우리의 역할이 될 것이다.
필자는 그린맨의 홍수 속에서 녹색후보를 골라내는 첫 번째 기준으로 민간환경운동에 참여해 활동한 경력을 추천한다. 예전엔 외국 대학에 며칠만 다녀와도 유학경력이라고 써붙여 놓았다면 요즘엔 너도나도 환경에 관련된 경력을 만드는데 열중이다. 그 중에서도 공신력 있는 민간단체에서의 활동은 후보의 환경성을 검증하는 변별력을 부여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경제공약, 개발공약과의 일관성이 문제가 된다. 앞서 말했듯이 산은 깍아 위락시설로 만들고 도심은 자동차 천국으로 만들고 강상류엔 공단을 만들자면서 한편으론 쾌적한 환경을 약속하는 것이 사이비 그린맨의 전형적인 수법이기 때문이다. 친환경적인 산업구조로의 전환과 생태원리에 입각한 개발이야말로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더 나은 삶의 질을 보장한다는 것이 녹색후보의 일관된 철학인 것이다.
오늘 신문도 어느 지역은 어느 당이 싹쓸이 하니 마니, 누군 죽이고 누군 물먹이느니, 듣기 괴로운 말들로 온통 채워져 있다. 표 떨어뜨릴 민감한 환경사안은 여전히 외면되고 있다.
대다수 언론의 관심은 몇몇 정치지도자의 힘겨루기에 매달려 있고 실제 이번 선거의 객관적 의미는 그것에 국한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도자가 앞을 내다볼 줄 모른다고 해서 시대의 흐름이 늦춰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어지러운 속에서도 현명하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새로운 세기를 향한 입장료를 지불하는 것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는 일이다.
서형원 (환경운동연합 정책실)
(96.3)
남해바다와 검은 커넥션
작년 지방자치 선거를 앞두고 환경운동연합에 제출된 글의 일부이다.
“시장이나 지사가 직접 선거에 의해 선출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지방 환경의 보전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략) 지방 의회나 시장을 건설업자, 부동산업자, 청소업자가 점유하고, 혹은 그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세력이 지방 정치를 좌지우지한다면, 그들은 지역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생활 환경을 파괴하고 대기업 본위의 생활 지배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같이 개발주의자가 주도하고 또는 그들과 결탁한 정치적 연합체를 ‘자본개발연합’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이시재 정책위원장 ‘시민환경연합의 형성을 위해’)
‘자본개발연합’이란, 말하자면, 검은 돈을 매개로 하는 ‘환경파괴의 커넥션’이다.
남해바다를 기름으로 뒤덮었던 시프린스호 사건이 결국 ‘오염 기업-부패 행정관료-속물 정치인’ 3자간의 전형적인 ‘환경파괴 커넥션’으로 터져나왔다.
<그램 : 시프린스호 사건의 환경파괴 커넥션(생략)>
어찌보면 이런 뒷거래는 늘 있던 일이다. 기업은 목표는 돈벌이고 사소한 문제는 돈으로 해결하면 그만이었다. 정치인이 돈을 받는 것은, 신의원 말마따나, 정부지원이 적었기 때문에 묵인되던 관행이었다. 경찰과 관청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수고비를 받았을 뿐이고 정기적인 상납을 위해서도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죽어나는 것은 고기잡고 농삿일하는 백성들이라 해도, 썩어가는 것은 초록 바다 맑은 공기라 해도, 그저 소리 없는 외침이었을 뿐이다.
환경 죽이는 정치
어찌됐든 오늘은 코앞에 닥친 선거 얘기를 해야겠다. 금세기 마지막 임기를 채울 국회의원 선거이다. 환경운동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들은, 환경단체의 회원이든 필자처럼 전업 운동가든, 21세기는 환경과 생명이 우선 가치로 등장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믿고 노력해왔는데 그렇다면 이번에 뽑힐 국회의원들은 녹색생명의 21세기를 설계할 선량들이 되는 셈이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각 당은 모두 ‘그린’, ‘녹색’, ‘푸른…’ 등의 수사를 동원하여 녹색이념을 표방하고 젊은 세대와 환경을 고려한다는 이벤트를 연출하고 있다.
그러나 재수가 없었던 신의원이 공천에서 탈락됐다고 해서 이런 치장이 진실이 될까?
최대의 현안이 되고 있는 낙동강 위천공단 건설에 대한 각 당의 태도는 우리 정당의 열악한 정책능력과 인식수준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집권당의 선거책임자들은 서로 대통령을 팔아가며 공단 건설이 확정되었느니 ‘절대’ 안될 것이라느니 제각기 주장하며 지역감정에 편승한 표얻기에만 몰두하고 있고 정작 중앙당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집권당만이 아니라 4당 모두 낙동강 상·하류 주민들의 분노 사이에서 득표를 위한 줄타기만 계속할 뿐 아무런 책임있는 입장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필자와 환경련은 각당이 위천공단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고의로 내놓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4당은 오로지 득표를 위해 국민을 기만하고 있으며 그 덕에 이미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1,000만 주민의 상수원에는 최후의 결정타가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얘기를 펼치자면 비단 남해바다와 낙동강만이 아니다.
국제 스키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수천년 걸쳐 형성된 산림을 까내려도 아깝지 않다는 주장이 대세가 되어 통과된 ‘국제경기대회 유치 특별법’이나, 환경규제를 완화해서 기업 경쟁력을 살려보자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에 근거해 통과된 ‘수질·대기환경보존법’ 개정안, 그나마 생태계의 제모습을 이어오던 민통선 일대마저 일단 개발하고 보자고 제안된 ‘경기북부지역 개발 특별법’, 폐광 산간지역을 아예 카지노 도박촌으로 만들어 돈을 벌자는 ‘폐광개발특별법’ -- 국회에서 망치 두드리는 소리는 곧 환경이 무너지고 생명이 시드는 소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녹색후보와 새로운 시대를 향한 입장료
하지만 여전히 주목해야 할 것은 이미 형성되어 거스를 수 없게된 거대한 물결이다. 그것은 성장 제일의 구시대에서 삶의 질과 생태가치가 중시되는 시대로 흘러가는 물결인데, 선거에 있어서는 “후보의 환경성이 유권자의 중요한 투표 기준으로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작년 지방자치 선거에서 본격화되었다. 필자는 작년 선거 때에 한 환경후보의 선거를 지원하고 있었는데 최근 몇 년간 이뤄진 시민환경의식의 향상은 엄청난 것이었다. 여섯명의 시장후보와 수십명의 시·도의원 후보들이 녹색의 경연이라도 하듯 대부분 자칭 환경후보 혹은 ‘그린맨’으로 나선 것이다.
자칭 환경후보들은 염불보단 잿밥에 관심이 있는게 현실이고, 내놓는 환경공약이라는 것도 조그만 도시에 몇만대 용량의 주차장을 짓고 수만명이 몰리는 종합운동장을 지으면서도 대기오염은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황당한 이야기들이지만 유권자의 투표성향에 민감한 후보자들이 느끼는 거역할 수 없는 변화가 바로 ‘이제 환경 이미지를 내세우지 않으면 안되겠구나’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치가 점점 소수의 집권욕을 위한 어리석은 잔치가 되어 가고 선거는 말만 무성할 뿐 모두 속빈 강정처럼 보이는 바로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이번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대부분의 후보들이 ‘그린맨’을 자칭할 것이다. 수많은 쭉정이 그린맨 사이엔 몇몇 진짜 녹색후보도 있을 것이다. 그럴듯한 환경공약이 땅과 물과 생명을 죽일 잘못된 개발공약과 뒤섞여 있을 것이다. 그 중 어떤 공약은 지켜지고 어떤 공약은 ‘空約’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알곡과 쭉정이를 꼼꼼히 골라내어 이웃에 알리는 정성스러움, ‘空約’이 될 수도 있는 환경정책이 제대로 실현되게 하는 끈질김, 결국 ‘생명의 시대를 열 녹색정치인’을 만드는 일이 우리의 역할이 될 것이다.
필자는 그린맨의 홍수 속에서 녹색후보를 골라내는 첫 번째 기준으로 민간환경운동에 참여해 활동한 경력을 추천한다. 예전엔 외국 대학에 며칠만 다녀와도 유학경력이라고 써붙여 놓았다면 요즘엔 너도나도 환경에 관련된 경력을 만드는데 열중이다. 그 중에서도 공신력 있는 민간단체에서의 활동은 후보의 환경성을 검증하는 변별력을 부여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경제공약, 개발공약과의 일관성이 문제가 된다. 앞서 말했듯이 산은 깍아 위락시설로 만들고 도심은 자동차 천국으로 만들고 강상류엔 공단을 만들자면서 한편으론 쾌적한 환경을 약속하는 것이 사이비 그린맨의 전형적인 수법이기 때문이다. 친환경적인 산업구조로의 전환과 생태원리에 입각한 개발이야말로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더 나은 삶의 질을 보장한다는 것이 녹색후보의 일관된 철학인 것이다.
오늘 신문도 어느 지역은 어느 당이 싹쓸이 하니 마니, 누군 죽이고 누군 물먹이느니, 듣기 괴로운 말들로 온통 채워져 있다. 표 떨어뜨릴 민감한 환경사안은 여전히 외면되고 있다.
대다수 언론의 관심은 몇몇 정치지도자의 힘겨루기에 매달려 있고 실제 이번 선거의 객관적 의미는 그것에 국한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도자가 앞을 내다볼 줄 모른다고 해서 시대의 흐름이 늦춰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어지러운 속에서도 현명하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새로운 세기를 향한 입장료를 지불하는 것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는 일이다.
서형원 (환경운동연합 정책실)
(9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