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정리한 내용입니다. 




굴다리시장을 어떻게 할지 방침을 정해야겠습니다. 이곳은 과천을 개발할 때 흩어진 노점상을 이곳에 모여 장사하도록 유도한 노상시장입니다. 나름대로 과천 주민들이 사랑하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고, 이곳에서만 파는 물건도 있어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사용 북어는 여기밖에 없더군요. 별양동 반지하에 사시는 할머니 두 분이 이 곳 점포에서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시며 함께 일하고 살아가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 곳이 과천을 풍성하게 하는 의미 있는 삶의 공간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느 토요일 이른 아침. 가끔 의외의 것들을 만나는 기쁨이 있다.



합법적인 장사는 아니지만 굳이 불법점유라고 말한다면 그 불법은 이 분들을 이곳으로 유도한 행정이 과거에 저지른 셈입니다. 2006년에 우리 시가 굴다리시장을 철거하는 예산을 세워 의회에 올렸습니다. 격론이 벌어졌고 다른 의원들의 지지를 받아 철거 예산을 삭감하고 시장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이 시장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방침은 없었고, 가게들은 남에게 양도하거나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 없어서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상인들이 돌아가시고 병에 걸리시는 만큼 줄어들고, 줄어드는 만큼 시장을 안쪽으로 몰고 있기에 점점 시장으로서 기능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 66개 점포가 남았고, 그 중 4개 점포가 폐점, 3개가 장기 휴업 중입니다. 비는 가게가 10개가 되면 다시 점포를 철거하고 안쪽으로 밀어낸다는 게 현재 시의 계획입니다. 

상인들에게 특혜를 드리자고 제안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 분들이 장사하실 수 있을 때까지는 배려해드리고 비어가는 공간을 시민들의 활력과 창의로 채우면 좋겠습니다. 가게를 매매, 양도, 상속 할 수 없도록 하는 건 지키면서, 현재의 상인들과 더불어 시민들이 재배한 농산물과 공예품 등을 들고나와 팔고 작은 거리공연도 열리는 시민거리장터로 점진적으로 전환하면 어떨까요? 

시민거리장터로 전환하는 일을 한 번에 할 수 없으므로 시민토요장터 식으로 시작해볼 수 있을 겁니다. 마침 바로 옆 중앙공원에서 토요일마다 재활용 알뜰장터가 열려 시민들이 저마다 쓰던 물건을 들고 나오시니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식으로 활력이 생겨야 굴다리시장 상인들도 위축되지 않고 장사를 하고 시민들에게도 의미 있는 공간이 될 겁니다. 외국에 가면 이런 풍물시장을 제일 즐겁게 찾으면서 우리 사는 곳에선 없애려고만 해서야 되겠습니까? 

오늘 집행부에 제안을 했습니다만, 사실 이 문제는 행정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 길을 어떤 공간으로 쓸지는 시민들이 결정해야 하고 그런 토론이 이제 시작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소중한 장소 하나가 그저 낡아서 사그라들도록 방치하게 될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에 달린 의견들과, 추가 메모>


  • 김태진 94년 우리어머니가 독산동에서 과천으로 이사하실 때, 10단지와 5단지 사이에서 고민을 하셨다는 군요... 뭐, 투자가치와 편의성 등등을 따지셨겠지만... 최종 낙찰지가 5단지였던 이유는 바로 굴다리시장의 존재지요... ^^;

    당시 프랑스에 있던 제게 보낸 편지 그대로의 표현을 따르면

    "된장찌개를 불에 올려 놓고, 두부를 사러 다녀와도 되는 편리함"

    에 매료되신거지요...독산동 산동네 꼭대기에서 비탈길 오르내리며 시장보던 괴로운 20년 세월 탓이겠지요... 이사오신 지 벌써 20년 가까와 오는 지금까지도 어머니에게 굴다리 시장은 단골 가게들이 모여있는 귀중한 곳입니다.

    과천 사정을 조금 알게 되면서, 굴다리 시장이 이용하는 사람들과 그곳을 바탕으로 삶을 영위하시는 분들에게는 귀중하고 고마운 자리이지만, 불편한 사람들도 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함께 알게 되었습니다. 

    합법적이지 않은 것을 합법적인 것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도 찾아봐야 할 거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상적으로 자리 이용하는 비용 부담하고, 세금내면서 과천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거 가능하지 않을까요???

    유럽의 경우 비상설 정기 시장이 공공주차장 같은 곳에서 열리는데, 제대로 된 사업자등록증 가지고, 장소 사용료 내면서 영업하도록 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자유롬게 살게 하면서도 제도적인 허점은 거의 없도록 하는게 국가의 기본적인 역할 아닌가요? 

    지방정부도 국가의 말단 조직이고 보면... 그렇게 비합법적인 공간점유 상태로 30년 넘도록 방치하고 있다는 거 지방정부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이야기밖에 안되죠.

    정보기관에서 정보누설하고,
    기록보관소에서 기록망실하는 나라니 뭘 기대하겠습니까만.... -_-;
  • 서형원 김태진 / 옳은 말씀이세요. 공직자들이 해외에 가면 공터에 열리는 시장에서 이국적 정취를 즐기면서도 여기 돌아오면 어쩔 수 없다고만 생각하는 그런 걸 고쳐야죠. 합법화할 방법을 아직 못찾았어요. 아마 제가 아직 잘 모르는 탓일 겁니다. 방법이 있겠죠. 그렇지 못해도 장사하는 데 불편함은 없도록 하려고 하고요. 
    "된장찌개를 불에 올려 놓고, 두부를 사러 다녀와도 되는 편리함"으로 5단지를 선택하신 어머님 말씀도 굴다리시장에 관한 소중한 시민 의견으로 기억하고 기록하겠습니다.
  • 김태진 서형원 ㅋ. 20년전 의견임.... ^^; 지금도 그러한 지는 의문...

    4단지 쪽은 불만 많다는 것도 기억하시길...

    별양동 주택가에서 자전거로 나오는 사람들도 많이 불편 해요.... ^^;


Posted by 서형원